한국당 도의원들 협치 대상은 누구?
학교무상급식 중단했을 때 뭐했나

요즘 즐겨 보는 드라마에서 '급식체'가 어쩌고저쩌고할 때까지도 몰랐다. 대사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 화장실 가는 것도 참고 보는데 그 대사를 못 알아들었다. 다음날 신문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 급식체는 '급식을 먹는 나이인 초·중·고교생이 SNS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은어를 일컫는 말'이라고. 나름 '영포티'(젊게 살고 싶어하는 40대)로서 이런 '대세' 용어를 인제야 알다니 사회현상에 대한 무관심과 무감각을 반성했다. 그렇다고 급식체를 따라하기는 무리다. 그들에게 쉬운 말들이 나에게는 너무 어렵다. 어쩔 수 없는 기성세대인가? "어, 인정."

내가 정작 주목한 건 '급식체'라는 용어 자체다. 이 용어에는 10대들의 온라인 언어문화만 담긴 게 아니다. 대한민국 초·중·고교생 대부분 '급식'을 먹는다는 전제가 깔렸다. 돈을 내고 먹든 내지 않고 먹든 학교 급식이 보편적인 사회현상이라는 걸 보여준다. 급식체란 '급식충'이 사용하는 말에서 시작됐다. 급식에 벌레를 뜻하는 충(蟲)을 붙여 10대 청소년을 비하하는 표현에 왜 급식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을까? 요즘 세대에게 급식은 어떤 의미일까?

경남에서 급식은 또 다른 의미에서 유행어다. 무상급식 논란 때문이다. 몇 년째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현실은 매우 유감이다. 논란을 촉발한 장본인은 떠나고 없는데, 하수인처럼 이 문제를 질질 끌고 가려는 이들의 속내가 뻔해 보여서 더욱 유감이다.

경남도의회는 무상급식 문제 해결에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며 태스크포스(TF)를 제안했다. 정권교체 이후 달라진 태도에 일말의 기대가 없지 않았다. 그 결과, 도·도교육청·도의회 3개 기관이 내년에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확대에 동의했다. 도와 교육청은 어렵사리 예산 지원 분담률 합의도 이끌어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이 버럭 했다. '3개 기관은 TF에서 합의 도출된 결과를 수용한다'는 조항을 무시했다며 협치 정신을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한국당 도의원들은 자신들 안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고집하고 있다. 도지사 권한대행이 분담률을 바꾸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 한다. 홍준표 전 지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려는 그들의 고군분투가 서울 여의도까지 전해질지 의문이다. 그들에게 협치 대상은 누구인가. 중재자는커녕 칼자루를 쥔 권력자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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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한국당 도의원들은 무상급식 문제의 '본질'이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확대라면서, 부수적인 분담률 문제로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것처럼 오해받는다고 억울해(?)했다. 과연 오해일까? 애초 무상급식이 왜 중단됐고, 분담률과 감사를 빌미로 급식을 중단할 때 누가 편들었으며, 도민 반발 여론을 의식해 구색 맞추기용으로 TF를 제안한 게 아니었는지 먼저 따져볼 일이다. 한국당 도의원들이야말로 무상급식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 아닌가. 본질은 중단된 '무상급식 회복'이다. 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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