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확인 없는 마녀사냥식 비방 난무
신뢰 회복 위해 불필요한 말 삼가야

모처럼 따뜻한 사람이며 진정한 의인을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어서 훈훈했다. 생명의 존엄성을 알며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매일 많은 환자를 수술하는 중증외상전문가 이국종 교수이다. 요즘처럼 힘든 사회에 신선한 감동을 준 사람이다.

그는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넘어온 북한 병사를 기적적으로 살려냈다. 그가 집도하지 않았으면 과연 귀순 병사가 살았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는 사비를 들여가며 헬기를 띄워 직접 이송하느라 무릎을 다치고 한쪽 눈이 실명되면서까지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왔다.

좁은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고, 즉석밥을 데워먹으며, 대부분 생활을 이 사무실에서 지낸다는 의사 이국종의 생활을 보며 안타깝기조차 했다. 생명의 존엄성을 알며 극빈층을 더 챙기는 참된 의료인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그는 의료계에서 비난을 많이 받았으며 주변 의료인들에게서 질시를 받아왔다고 한다. 더구나 국회의원의 '북한 병사 인권 테러' 주장에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사실과 다른 왜곡된 내용으로, 또는 사실보다 감정에 치우쳐 남을 비방하는 사회로 변질하고 있다. 어떤 사건이나 말을 들었을 때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전달하면서 무책임한 말이 난무하는 시대이다. 근거 없는 말들은 혼란을 일으킨다. 그것이 사실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경솔하게 말하는 마녀사냥식 비방을 하여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진실이 아닌 내용을 유포하여 큰 상처를 입은 240번 버스기사 사건, 3년 만에 무죄로 판결된 유치원 교사 사건 등 모든 것이 진실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들과 가족들이 이미 입은 상처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침묵이란 국어사전에 따르면 '아무 말도 없이 잠잠이 있는 것 혹은 그런 상태'로 정의한다. 한마디로 조용함을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문학적이거나 종교적인 의미와 결부되는 경우가 많다. 묵언수행이 있다. 묵언은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고 꼭 필요한 말만 하는 것이다. 말은 말을 낳고 갈등을 빚어 불신의 사회로 만든다. 이제 우리 사회는 침묵이 필요하고 묵언이 필요한 것 같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말에는 그 본질적인 가능성의 하나로서 침묵이 속한다. 침묵은 말의 존재양식 하나로서 "어떤 사항에 대해 타자를 향해 명확하게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며, 침묵하는 자는 끝없이 이야기하는 자보다도 좀 더 이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언어는 말 없는 목소리로, 또한 정적의 울림으로서 인간에게 호소하며, 이에 대해 인간은 침묵하는 방식으로 알리며 호응하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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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가온다. 겨울 산에 있는 나무의 헐벗은 모습을 보며 자신의 내면에 침잠할 때이다. 우리는 모두 외로운 존재이다. 외로운 존재들이 모여 각자의 목소리를 내지만 결국 하나의 숲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아옹다옹 살아가고 있지만 결국 메아리로 한목소리를 내며 사는 것이다. 이제 많은 불필요한 말보다 침묵이 필요한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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