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문제 경남도 예외 아니다] (5) 지자체·주민 함께 움직여야
철거보다 지역 '자원화'…행정, 미분양·폐가 세부조사
시민, 주거공간 인식 전환
슬럼화·공동체 문제 고민

경남지역 역시 '빈집 문제'를 다가온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관건은 어떻게 접근하고 풀어나가느냐다.

지금은 빈집 개념 설정에서부터 모호함을 보이고 있다. 농촌·도심 곳곳의 이른바 '폐가'에만 주된 시선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시지역 같은 경우 범위를 넓혀 주택 과잉 공급에 따른 장기 공실 등까지 포함해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종합적인 주택정책 속에서, 그리고 인구·사회기반 대책과 엮어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지역 주민의 공감대 형성을 끌어내는 것 또한 당연하다.

◇제도 맹점에 따른 통계 간극 = 정부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마련해 내년 2월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지자체가 빈집 관리에 나설 수 있는 제도적 틀이다. 그런데 특별법 내용에 대한 의문의 시선도 있다.

남지현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빈집도 지역 자산이다>라는 보고서를 내는 등 관련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남 연구위원은 "이 특례법은 재건축을 위한 것이다. 쓰러져가는 집을 그냥 철거하기 위한 내용이다"며 "그보다는 빈집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 법을 다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특례법에 담긴 빈집 정의는 매우 협소하다.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아니하는 주택' '미분양 주택 등은 제외'로 해놓고 있다.

이 탓에 빈집 통계는 큰 간극을 나타내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2015년 조사에서 도내 빈집을 9만 8680호로 집계했다. '미분양 물량' '세가 나가지 않는 공실'까지 포함한 수치다.

반면 현재 진행 중인 경남도 현황 파악은 대략 7000호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례법 속 빈집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내 여러 지자체는 빈집 자체만 놓고 단순히 '철거 혹은 재활용 여부'만 고민하는 분위기다. 빈집의 근원적 원인에 대한 고민을 동반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도시지역은 접근 범위를 더욱 넓혀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감이 쏠린다.

◇주택정책 큰 틀 속에서 논의해야 = 일본 사회가 먼저 겪는 '빈집 대란'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일본은 농촌지역 같은 경우 인구 감소에 따라 두어 채 건너 빈집인 상황까지 이르렀다. 인구 감소가 그 밑바탕에 깔렸다.

이에 소규모 자치단체는 인구 유입 핵심정책으로 빈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구 5300명인 오쿠타마정(마치) 관계자는 "마을을 살리는 데 빈집 활용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일본 도시지역 빈집 대란은 또 다른 형태를 나타낸다. 도쿄 역시 아파트 동 전체에 사람 숨결 끊긴 곳이 더러 있다.

도쿄도 도시마구·오타구 빈집 비율(2013년 조사 기준)은 각각 15.8%, 14.8%로 전국 평균 13.5%를 웃돌고 있다. 아직은 주로 도쿄 외곽지역에 해당한다. 하지만 도쿄 전체적으로도 2025년께 인구 감소로 돌아서면 큰 격랑에 빠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전남 순천에서 도시재생과 연계해 문화창작공간으로 재탄생 한 모습. /남석형 기자

이는 경제 활황이 끝나면서 '주택 수급 불균형' '장기 거주자 감소' 등에 따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경남 도내 또한 일본 현상을 뒤따르고 있다. 농촌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 또한 마찬가지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원 월영 사랑으로 부영'은 올해 4298가구 분양 예정이었지만, 수요 부족으로 손을 들어야만 했다. 이에 지역사회는 신규 주택 공급 과잉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가 내놓은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 보고서>에 따르면, 경남 주택보급률은 지난 2015년 111.1%였다.

앞으로 2025년은 120.3%, 2050년은 153.7%로 전망됐다. 부동산 업계는 "한 지역이 주택보급률 120%를 넘어서면 뚜렷한 양극화를 겪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역 내 외곽이 특히 슬럼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정상철 창신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제는 무분별하게 새로 짓는 게 능사가 아니다. 지자체가 남은 빈집을 사들여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재정 문제 등으로 빈집 자체를 사들이는 게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활성화한 '빈집은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빈집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임대·임차인을 연결해 주는 중개 역할이다.

빈집을 활용한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남석형 기자

◇정부·지자체·주민 '삼박자' = 창원시 도심지역 주택가 한 빈집은 수년째 폐가로 방치되어 있다. 이웃들은 "부모 사망 이후 자식들이 관리나 처분을 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복잡한 가정사가 숨어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덧붙인다. 이 주택은 역사·건축학적으로도 의미를 담고 있어, 일각에서는 보존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시는 개인 재산이라 접근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일본에서 만난 빈집 대책 관련자들도 '사유재산에 따른 어려움'을 자주 토로했다. 그럼에도, 도쿄도 오쿠타마정 관계자는 "우리 지역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행정이 더는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주민 공감대 속에서 '빈집 기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타마현 모로야마정 같은 곳은 주민 참여 속에서 빈집을 마을 거점 공간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요코하마는 육아 대책과 접목해 주민 주도형 소규모 보육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같은 경우 전남 순천시는 향동·금곡동 일대 빈집을 사들여 지역 문화인 창작공간으로 내주고 있다. 일대 주민들 역시 마을 재생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등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결국, 빈집을 또 다른 자산으로 활용하려면 지자체·주민이 함께 발맞춰야 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전문가들은 범위를 좀 더 넓혀 주택정책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시민들이 신규 주택 공급만이 아니라, 빈집을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자체가 빈집 자원화를 위해 '맞춤형 관리'부터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겪은 '창원 월영 사랑으로 부영'. 경남 빈집 비율은 2015년 5.2%에서 2050년께 11.5%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석형 기자

남지현 연구위원은 "농촌·산간형, 미입주·미분양형, 개발해제지역, 쇠락지역 등 유형별로 나눠 조사·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성격에 맞는 활용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국내 전문가와 일본 사회 조언을 종합하면 이렇다. 먼저 정부가 빈집 개념을 지금보다 넓혀서 법·제도에 담는 것이다. 각 지자체는 현황 파악 단계부터 세분화해 접근하고, 예방책·대책 역시 유형별로 나눠 진행하되, 주민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빈집은 이러한 과정에서 마이너스 아닌 플러스, 즉 '지역의 또 다른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끝>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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