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취재 중 우리민족의 흥 DNA 느껴
창원문화재단 '춤바람' 시민에게 신바람

재작년 9월 거제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서 팔랑개어장놀이를 취재하면서 우리 민족의 몸속에 주체할 수 없는 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꽹과리와 북, 장구, 징, 그리고 태평소가 더해진 흥겨운 풍물 가락이 사람들 사이로 헤집고 다닐 때마다 몸은 절로 덩실댔다. 내 몸속에도 엄연히 그런 흥이 남아 있었기에 취재를 하는 내내 어깨를 들썩이며 놀이판의 그들과 함께 어울렸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파도를 타는 동영상 화면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뚝뚝 끊어라/ 수양산 고사리 껑차/ 한바꾸미 꺾어서/ 수양산 고사리 껑차/ 어느 대문 들어설꼬/ 수양산 고사리 껑차/ 남대문을 들어설까/ 수양산 고사리 껑차/ 이 다리는 왼 다린데/ 수양산 고사리 껑차/ 혼자서만 끄떡하고…♬ 자진모리장단에 앞뒤 사람 손에 손 잡고 큰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면서 놀이하는 '고사리 끊자' 역시 옛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대보름날 마을 공터에 나와 풍년을 기원하며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볼우물이 환해진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다 요즘은? 하고 현실을 되돌아보니 금세 깊게 패었던 볼우물이 사라져버렸다. 요즘 세상에 아무리 무슨 날이라 해도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손에 손잡고 덩실덩실 춤출 일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기껏해야 유명 가수 불러다가 노래 몇 곡 듣고 백댄서 율동 감상하면 끝인 게지. 마을 축제에 참여해도 내가 할 일이라곤 플라스틱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손뼉치는 일밖에 더 있느냐는 것이다.

마을 축제라도 오광대 등 전통 연희가 펼쳐지는 행사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연희가 끝나면 반드시 대동마당을 펼치니까. 수년 전 문화두레 어처구니가 진행한 창원오광대 연희를 취재하러 갔다가 마지막 함께하는 춤판에 이르자 흥을 주체하지 못해 촬영하던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고 어울렸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경험 때문일까. 지난 6월 창원문화재단에서 '춤바람 무풍지대' 시민무용단을 모집한다고 할 때 주저 없이 신청했다. 신청자 중에는 10대 초반의 어린이도 있고 80대의 어르신도 있다. 그런 후 5개월이 지났다. 지난 9월과 10월 우리는 관객 앞에서 두 번을 공연했다. 어린이도 어르신도 유니폼을 갖춰 입고 같은 동작으로 율동을 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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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 개인적으로는 막춤밖에 몰랐던 몸이 어느새 공연장 백댄서들이 추는 그런 율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하기도 했다. 아마도 내년에 열리는 마을 축제 때엔 무대 앞에 나가 여러 사람 사이에서 멋진 율동을 뽐낼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욕심을 내자면 많은 마을 사람들이 같은 동작으로 율동을 하면 더 재미있겠다 싶다.

얼마 후면 '무풍지대' 2기를 모집한단다. 많은 시민이 신청해 대대로 이어온 우리 민족의 춤바람 DNA를 발산했으면 좋겠다. 농담삼아 '무풍지대'에 들어가면 바람난다는 말도 한다마는 그 바람은 아마도 '신바람'일 게다. 언젠가 우리 민족이 모두 함께 어울려 신나게 춤을 추는 그런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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