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독자는 무엇을 원하나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긴 사노맛(Helsingin Sanomat)에 이어 내륙 중심도시 탐페레(Tampere)에 있는 아아무레흐티(Aamulehti)를 찾았다. 알마 미디어 그룹에 속한 아아무레흐티는 우리와 너무 다른 신문사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가동을 중단한 방직공장을 리모델링한 신문사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뭔가 모르게 압도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수단 일행을 맞이한 38세의 편집장은 아아무레흐티가 어떻게 독자를 유지하고 관리하는지 그 비법(?)을 최첨단 디지털 장비와 프로그램을 직접 운용하면서 설명했다. 아아무레흐티 편집국은 하나의 뉴스룸이었다.

아아무레흐티(Aamulehti)는 기존 독자 관리와 새로운 독자 확보를 위해 최첨단 디지털 기법을 활용했다. 키모 코스키(Kimmo Koski) 편집장은 아아무레흐티 독자 유형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그들이 원하는 뉴스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온-오프라인 뉴스 제작에 직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자의 나이, 성별, 거주지, 소득, 취미, 직업, 여가, 소비패턴, 여기에 생활습관과 관심사, 미디어 접속 시간대까지 독자의 모든 것을 클릭 한번으로 확인 가능하다는 것을 시현했다. 순간 소름이 끼칠 정도의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날 코스키 편집장이 소개한 독자는 23살 의상 디자이너 엠마였다. 그녀는 '탐페레 시내 원룸에서 살며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며 채식을 하고, 달리기를 즐긴다. 백화점보다는 중고품 가게에서 특색 있는 소품을 산다. 북극의 기후변화 실태를 조사하는 시민단체에 매달 10유로를 후원한다. 사무실에서는 책과 신문 모두 컴퓨터 모니터로 읽고, 집에 돌아온 뒤에는 잠들기 전까지 휴대전화를 이용한다. 하루 두세 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린다.' 이와 같은 세세한 정보로 독자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기획하고 작성한다. 미디어 소비 패턴에 맞춰, 어떤 시간대에 어떤 경로로 기사를 내보낼지도 계획한다.

이와 함께 코스키 편집장은 독자가 신문을 보는 이유에 대한 분석도 신문 제작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덧붙였다. 아아무레흐티를 구독하는 핵심을 '돈과 정보'로 압축했다. 지역 독자가 알아야 할 정보에 집중하는데 편집 방향을 잡았다. 독자가 돈을 아낄 수 있고,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신문을 만든다고 했다.

이미 파악한 독자의 유형을 기자가 수시로 확인하며 대상 독자를 좁혀간다고 강조했다. 편집장은 특히 구독자 카드와 마케팅 업체 분석 자료를 토대로 독자의 신상과 패턴을 거의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 본연의 기능인 비판과 견제는 물론 독자의 생활과 직결된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많은 클릭 수를 기록한 뉴스가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편집국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해 구성원 모두가 실시간 조회 수와 도달률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다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트래픽 유입 경로를 수시로 체크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기사를 기획하고 독자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찾았다.

이번 핀란드 연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의 요구나 취향, 뉴스를 접하는 사람의 눈높이를 신문 제작의 최우선 요소로 활용한다는 점이었다. 즉, 우리의 독자가 누구인지, 무엇을 바라고 고민하는가를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고 그것을 신문 제작에 고스란히 녹여낸다는 사실이었다. 신문도 상품이다. 소비자가 찾지 않는 상품은 끝내 없어지고 만다. 신문 소비자인 구독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에 지역 언론의 생존 해법이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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