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문제 경남도 예외 아니다] (4) 일본 빈집 활용 사례 2부
장년층 별장용 구매 늘자 '젊은층 정주용'별도 모집
임대료 10만 원 내외…이주민 자녀 복지혜택 정책도
1 단순 폐가 문제만은 아니다2 고민 한 발짝 앞선 타 지역들3 일본 빈집 활용 사례 (1)4 일본 빈집 활용 사례 (2)5 지자체·주민 함께 움직여야

일본은 빈집 문제에서 제도적 큰 틀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 속에서 도시·농촌은 저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농촌 등 소규모 지역은 인구유입 정책 가운데 하나로 빈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쿠타마 '젊은 층 유입 당근책' 활용 = 오쿠타마정은 일본 도쿄도 니시타마군의 작은 지역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농촌과 마찬가지로 노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인구가 1960년 1만 3785명에서 2017년 5247명까지 줄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층이 48.7%에 달한다. 생산 가능 인구는 44.8%이며, 특히 14세 이하는 6.5%밖에 되지 않는다. 오쿠타마는 '일본 내 소멸 가능성 있는 자치단체 896개' 가운데 43번째에 이름 올리고 있다.

이에 자치단체는 지난 2015년 '오쿠타마 장기종합계획'을 세워 젊은 층 인구 유입 정책을 펼치고 있다. 빈집 활용은 그 중심에 있다.

특히 '빈집 은행' 제도를 체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빈집 소유주가 임대·매매 등록을 신청하면, 지자체에서 현지 조사를 거쳐 정보를 올린다.

일본 도쿄도 니시타마군 오쿠타마정 인구는 1960년대 1만 4000명가량 됐지만 지금은 5000명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오쿠타마정은 젊은층 인구 유입 정책 가운데 하나로 빈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젊은층 장기 입주자를 기다리고 있는 빈집. /남석형 기자

그러면 정착하려는 이들이 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빈집 소유주 가운데 일부는 기부 형태로 제공하고 일정 기금을 받는다. 그냥 둘 때 들어가는 세금, 철거 때 비용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오쿠타마는 '빈집 은행' 제도를 7년 전 시행했다. 하지만 실제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도쿄 거주인들이 주로 별장 형태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2년 전 '일반용' 외 '젊은층 정주용'을 별도로 만들었다. 조건은 △35세 이하 나홀로족 △45세 미만 부부 △50세 이하로 중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다.

오쿠타마는 이들이 빈집 등을 사면 최대 2000만 원을 주고, 은행 융자금을 지원한다. '거주 축하금' 혹은 '주택 수리비'도 뒷받침한다.

집을 빌린 이들은 임대료를 연간 26만~40만 원 부담해야 하지만, 15년간 거주하면 주택·토지 모두 자신 소유로 된다. 동시에 지자체로부터 축하금 500만 원을 받는다.

지금껏 빈집 활용 임대·매매는 약 80건에 이른다. 이 지역 빈집이 전체 2200여 호 가운데 460호라는 점에서, 큰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빈집 입주 경쟁률은 9대1에 이르고 있다.

젊은층 장기 입주자를 기다리고 있는 빈집. /남석형 기자

최근 10명 대가족이 빈집 이주를 결정하고 내년 2월 입주 예정이다. 40대 부부로 아이만 무려 8명이다. 사람 한명 한명 아쉬운 이곳 처지에서는 이른바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니지마 가즈다카 오쿠타마정 '젊은이정주화' 대책실장은 "이들 가족이 빈집활용 주거 지원 등 우리 정책에 큰 매력을 느낀 것 같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지금도 빈집 두 건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임대료 월 10만 원인 단층 목조주택은 낡은 외관과 달리 깨끗한 내관을 자랑한다. 2층짜리 한 주택은 워낙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어 임대료 월 6만 원으로 더 저렴하다, 그럼에도 주택 자체는 당장 입주해도 될 만큼 나무랄 데 없어 보인다.

이들 빈집 임대를 홍보하는 전단은 '자치회에 가입해 지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내용을 하나의 조건으로 담고 있다.

◇빈집정책, 각 분야 묶어 종합적으로 추진 = 일본 사이타마현 모로야마정은 인구 3만 5000명의 소지역이다. 경남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의령군(2만 7800여 명)과 비슷한 규모다.

모로야마 빈집 비율 역시 4년 전 조사 때 약 20%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 장기 입주자를 기다리고 있는 빈집. /남석형 기자

사카이 유우 모로야마정 도시계획계 담당자는 "일본이 한창 발전하던 시기 토지가격도 대폭 뛰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외곽지역으로 눈을 돌렸는데, 경제 거품이 걷히면서 다시 도심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빈집은 특정 지역만 덜어낼 수 없다. 암세포처럼 여기저기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빈집 소유주들이 철거하고 싶어도 비용 부담 때문에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 지역은 '빈집 등의 적절한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놓았지만, 행정이 사유재산인 빈집 철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에 모로야마는 철거 아닌 경제적 가치를 상승하는 쪽으로 연결하고 있다. 단적으로 빈집·빈터를 마을 거점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카페 혹은 운동 공간으로 바꿔, 발길 꺼리던 장소를 사람들 모이는 장소로 만든다. 이를 위해 내년에 전문 건축사무소를 설립, 빈집 재생 관련 상담·지원 역할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사카이 유우 담당자는 "주택은 사유 재산 측면에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행정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빈집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빈집정책은 여러 분야를 묶어 함께 진행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일본 여러 지자체는 빈집 문제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오쿠타마정은 빈집 이주자들에게 보육비·급식비·교통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바현 이스미시는 도시민 빈집 이주를 장려하기 위해 대도시 출·퇴근 철도 특급권을 보조하고 있다. 도쿄도는 대도시 보육시설 부족과 묶어, 빈집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면 보조금을 주고 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