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지원청 운영·폭력인식 개선 '대안'으로 언급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27일 오후 경남교육청 공감홀에서 경남지방변호사회가 주최하고 경남교육청이 후원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제도의 실효성 검토를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교사, 학생, 변호사 등 참석자들은 현행 제도 문제점을 잇달아 지적했다.

◇학교폭력 예방·처벌하는 위원회 = 학폭위는 지난 2004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만들어졌다. 학폭위는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수립을 위한 학교 체제 구축, 피해 학생 보호, 가해 학생 선도와 징계,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의 분쟁조정 등 역할을 한다. 5인 이상 10인 이하로 꾸려지는데 전체위원의 과반수를 학부모 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한 학부모대표로 위촉해야 한다.

학폭위 결정에 따라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도 정해진다. 피해 학생에 서면사과, 피해 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 접촉이나 협박·보복행위 금지, 학내 봉사, 사회봉사,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 등이다.

▲ 27일 오후 경남교육청 공감홀에서 경남지방변호사회가 주최하고 경남교육청이 후원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제도의 실효성 검토를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우귀화 기자

◇징계 결정자 전문성 부족…처분 위주 = 위원 구성과 전문성이 문제로 꼽힌다. 노봉석 교사는 "위원이 9명이면, 학부모가 5명 이상이다. 전담경찰관, 청소년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나면 교사는 겨우 1∼2명이 위원으로 참석할 수 있다. 결정은 학폭위가 하고, 그 결과를 학교장에게 통보해서 학교장은 집행 책임만 진다. 학폭위에 매우 강력한 권한이 부여돼 있지만, 학폭위 위원이 전문성과 활동의 지속성을 보장받고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교육지원청이 학부모 위원에게 1년에 1∼2회 시행하는 짧은 연수를 하는 소양교육 이외에 별도 교육 등이 없기에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폭위가 처벌에 무게를 둬 사안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박미혜 변호사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폭위를 무조건 열어야 한다. 학교에 재량권을 주지 않고 무조건 처분하게 돼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안별로 다 다를 수 있다. 가벼운 사안이면 가해, 피해 학생 간 화해와 용서가 이뤄지고 관계 회복을 할 수 있으면 회부를 하지 않거나 처분을 안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고 지적했다.

학교에서는 담임 등 교사가 개입해 조정하거나 해결할 여지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교사는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한다. 가해 학생 조치 사항에 대한 학생생활기록부 기재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제도 개선 위한 대안은 = 학폭위 기능을 학교에서 지역 교육지원청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노봉석 교사는 "단위 학교마다 운영하는 학폭위를 교육청이 주관하는 지역협의회에서 책임지고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학교의 과도한 행정업무 부담을 줄여주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폭력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박태영 청소년 인권활동가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생 간 폭력은 결국 폭력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학폭위 제도 개선만으로 학생 간 폭력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을 한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거짓말이며 과장"이라며 대안적 체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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