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인터뷰
"열악한 투자·관심 부족 탓
타 지역 비해 문화 수준 낮아
합천 이전, 외연 확대 계기로"

경남도는 인구 337만 명, 17개의 광역자치단체 중 경기·서울·부산을 이어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인구도 많고 경제력도 우수한, 일견 부족할 것 없는, 남 부럽지 않은 환경이다. 하지만 경남도의 문화·예술 분야 상황은 빈말로도 좋다 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아이러니다. 도 문화예술 분야를 전담하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이성주(62) 원장은 "경남도민들은 더 나은 수준의 문화예술을 즐길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진흥원은 지난 23일 합천군 덕곡면 학리1길 새 청사로 이전해 업무를 시작했다.

도 문화예술 분야를 총괄하는 이 원장을 만나 경남 문화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물어봤다.

◇40년간 공직 경험 = 이 원장은 진흥원에 취임하기 전, 40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경남도청 서울사무소장, 공보관, 행정과장, 함안부군수, 창원시 기획홍보실정, 진해구청장 등을 지냈다. 그는 "문화예술계 인사는 아니지만 쭉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을 두어왔다"고 말한다.

"문화예술 분야는 이전부터 좋아하고, 관심 가지던 분야입니다. 창작자나 그 관계자가 아닌 소비자로서요. 진흥원장 공개모집을 보고 제 40년 공직 경험이 진흥원의 운영·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겠다 싶어 지원했습니다. 진흥원을 이끌어가는 데는 문화예술 분야 전문성보다는 조직 관리나 경영에 대한 지식·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진흥원에는 우수한 문화예술 전문가가 많습니다. 제게 부족한 것은 실무진이 채우면 될 일입니다. 저는 그 전문가들의 목소릴 듣고, 그걸 실천하기 위해 더 효율·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거죠."

이성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도 문화예술 분야 컨트롤타워 = 진흥원은 경상남도의 출연기관이다. 이사장은 조례에 따라 도지사가 맡고, 공개모집을 통해 원장을 임명한다. 진흥원의 원장은 도 문화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실질적인 담당자다.

"도의 문화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기관이기에 사업 영역이 무척 넓습니다. 지역문화예술 육성 지원, 차세대 유망예술인 지원 등의 창작 지원부터 문화콘텐츠산업 육성, 문화예술 교육 지원, 도내 문화 향유권 신장, 문화복지사업, 문화정책기반 강화 등 문화예술 분야 전반에 대한 모든 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사업 영역이 넓은 만큼 진행되는 사업도 많다. 대부분이 지역 창작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들이다.

"창작자 개개인에게 지원을 하는 사업이 많지만, 창작자의 육성과 운영 환경 조성을 위한 사업도 많습니다.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운영,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지원, 토요문화학교 운영 등을 통해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이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불모지 경남 = 하지만 이런 진흥원과 이 원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남도의 문화예술 수준은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자연히 경남도와 진흥원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진흥원이 통합 출범한 지 4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기간 진흥원이 그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못 해낸 게 사실입니다. 진흥원 구성원 모두가 연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더 적극적이게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고 싶지만, 한정된 예산과 권한이라는 현실에 부닥칩니다."

이 원장은 경남 문화예술의 하락 원인으로 타 지역에 비해 열악한 문화예술 분야 예산과 관심 부족을 꼽았다.

"경남도는 GRDP(지역내총생산)로 경기, 서울, 충남에 이은 전국 4위 수준입니다.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 예산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에요. 물론 돈을 쓴다고 해서 지역 문화예술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문화예술 창작자를 위한 인프라는 구축해야 합니다.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문화예술인들이 타 지역으로 가게 됩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점점 적어지니 지역 문화예술 수준이 하락하게 되는 겁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에요. 콘텐츠를 생산할 창작자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습니다. 나중으로 미룰 일이 아니에요."

◇문화가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시대 = 이 원장은 "이제는 문화가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시대"라며 "지역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진흥원이 경남 문화예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역할을 수행할 예산과 권한은 주어지지 않았어요. 23일 진흥원이 합천 청사로 이전했다. 진흥원의 외연 확대를 계기로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예정입니다. 내년 상반기 중에 진흥원의 중장기발전계획을 마련해 새롭게 취임하게 될 이사장께 우리 경남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드리고, 경남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겠습니다. 다행히도 우리 경남에는 문화예술적 자산이 많습니다. 투자와 노력, 관심이 부족했을 뿐이죠. 지역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인 부에 문화예술의 향기를 입혀나갈 수 있도록 저와 진흥원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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