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문제 경남도 예외 아니다 (3) 일본 빈집 활용 사례 1부
인구감소·노령화·지역 쇠락 등으로 16% 가까이 텅 비어
예방부터 철저하게 관리…상담창구·빈집 활용 공모 진행
마을회관·카페·이방인-주민 만남의 장소로 활용 '눈길'

일본은 '빈집 쇼크'를 우리보다 10여 년 일찍 경험했다. 개별 지자체에서 먼저 문제의식을 나타냈고, 그에 따라 정부 차원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다시 지자체는 그 안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빈집 활용 대책을 펴나가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세분화한 현황 조사, 예방까지 포함한 대책, 지역주민 주체적 참여다.

◇일본 전체 주택 가운데 15% 훌쩍 = 일본 전체 빈집 비율은 지난 1978년 7.6%에서 2003년 12.2%로 상승했다. 일본 총무성 5년 주기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으로 13.5%였다. 현재는 16%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30년 이후 3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일본 빈집 증가는 △인구 감소 및 노령화 △거품경제 붕괴에 따른 장기 거주자 감소 △건물 노후화 △지역 쇠락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정부는 전체 주택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즉 '빈집은 활용 가능한 재고'라는 시각 속에서, 기존 신규 위주 공급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 2011년 '주생활 기본계획 주택정책'에 '빈집 재생' 내용을 담았다. 이를 계기로 '중고주택 활용 방안'을 세워 부동산시장에 내놓았다.

일본 요코하마시 빈집은 10여 년 전부터 눈에 띄게 증가해 지금은 전체 주택 가운데 약 10%에 해당한다. 이에 시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대 가토 씨는 시 지원을 통해 노후화된 빈집을 게스트하우스와 동네 사랑방으로 활용하고 있다. /남석형 기자

또한 2015년 5월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에 들어갔다. 지자체들은 빈집 소유자 확인을 위해 세금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고령 독신자나 보육 가구가 빈집에 들어가면 월 최대 40만 원가량 지원하고, 빈집 소유주에게는 개보수 비용으로 최대 2000만 원가량 준다. 이 예산은 정부·지자체가 반씩 부담하는 형태다.

일본은 전력·가스·수도 등의 사용 실적, 그리고 면밀한 거주 실태까지 파악해 1년간 건축물 사용 실적이 없는 것을 '빈집 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한국과 달리 매우 구체적이다. '거주 가족 없는 주택' '일시 사용 주택' '임대·매매 위한 공가' '별장 등 2차적 주택' '기타 빈집' 등과 같은 분류다.

이는 매우 중요한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남지현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현황 파악 단계에서부터 버려진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향후 빈집 활용 가능 여부를 고민하는 데 중요한 기틀을 마련해 놓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요코하마시 빈집은 10여 년 전부터 눈에 띄게 증가해 지금은 전체 주택 가운데 약 10%에 해당한다. 이에 시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소유주와 협의해 노후화된 빈집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는 곳이다. /남석형 기자

◇요코하마, 예방에서부터 시작 = 요코하마는 인구 370만 대도시다. 과거 대규모 매립을 통해 공업도시로 성장했다. 지금은 도쿄의 베드타운 성격도 띠고 있다.

요코하마 빈집은 현재 17만 8000여 가구로 전체 주택의 11% 가까이 된다. 교외 아닌 중심가, 그리고 단독주택이 증가하는 추세다. 주택 노후화, 직장인 전근에 따른 공실, 소유자 고령화, 활용 노하우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지난 2010년 시의회가 거론하며 빈집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했다.

시는 발 빠른 대처에 나서며 부동산·법률·건축·주민 등과 함께 '빈집 등 대책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이를 바탕으로 크게 △빈집화 예방 △빈집 유통·활용 △관리 부족에 따른 빈집 예방·해소 △빈집 터 활용 등으로 나눠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도드라지는 부분은 '빈집 예방'서부터 접근한다는 점이다.

'호사카 겐지' 요코하마시 기획과장은 "예방적 차원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 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사카 겐지 과장은 "전문가 단체와 연계해 빈집 상담 창구를 만들었다. 특히 독거노인 한 사람 한 사람에 신경 쓰며 전문가와 연결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노후화된 주택은 내진 설계 등의 개보수를 지원한다. 이 밖에 납세 통지서를 통해 빈집 관리를 당부하고 있다"고 했다. 상속·권리 관계가 복잡한 주택은 이해 관계자 다툼으로 장기간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상담 창구가 이때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요코하마는 이미 빈집으로 전락한 곳은 육아·주택 정책과 연계해 활용하고 있다. 그 주체는 주민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육아 공간' 활용이다. 아이를 키우는 주민들이 공동 공간을 마련해 일종의 소규모 보육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그 수가 많지 않지만, 시는 보육정책과 묶어 이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역 주민이 마을 공동사업 등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일종의 마을회관 개념으로 누구나 와서 음식을 해 먹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한편으로는 비영리단체가 원형 자체를 최대한 살려 카페로 활용, 식사·숙박 등으로 최소한의 운영비를 마련하고 있다.

요코하마는 시민들과의 수평적 소통을 이어나가며 빈집 활용 공모도 진행한다. 시가 심사 후 채택자를 빈집 소유주와 연결해 주고, 일정 비용까지 지원하는 형태다.

요코하마 한 주택가에 있는 홈스테이 공간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외국인·마을주민 만남의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가토(28) 씨는 전 세계 60여 국을 자전거로 돌아다녔다. 그는 "일본으로 돌아가면 외국인과 우리나라 주민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가토 씨는 이를 위한 비용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요코하마 빈집 활용 공모 소식을 접했고, 1년 여 준비 끝에 최종 당선됐다.

그가 뜻을 이룬 곳은 70년 된 목조주택이다. 소유주 할머니가 보유만 하고 10년 가까이 방치했던 곳이다. 가토 씨는 시로부터 약 5000만 원을 지원받아 내진 설계 등을 보강했다. 마을 반상회에 가입하며 그 공간으로 개방했다. 외국인을 위한 홈스테이를 운영하며, 최소한의 임대비도 충당하고 있다. 이제는 이방인과 현지인 간 교류 장으로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가토 씨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청년 사회 혁신가 국제포럼'에 참석해 자신의 빈집 활용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가토 씨는 "나뿐만 아니라 소유주·주민·이용객·자치단체 모두에 도움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며 "주택은 사람 손길이 없으면 더 빨리 노후화된다. 다양한 고민으로 빈집 문제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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