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광장을 한 달 넘게 독차지하고 있는 보수단체의 행동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나라사랑 태극기연합회'라는 단체는 지난 가을부터 집회신고를 하고 창원광장을 쓰고 있다. 당국에 적법하게 신고하고 허가를 받았으니 그것만으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들은 집회 시간이 아닌 경우에도 태극기와 성조기, 펼침막 등을 철거하지 않고 있다. 또 확성기를 크게 틀어 민원도 쏟아지게 하고 있다. 흡사 공공의 자산인 광장을 독점적으로 쓰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이들이 파면된 전직 대통령을 떠받드는 것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특정 단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막말과 근거 없는 비방을 일삼는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 단체는 민주노총 경남본부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다.

보수단체의 시위는 지난해 겨울을 달궜던 촛불시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본질은 외면하고 껍데기만 차용했으며 그것도 왜곡하여 쓰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하야는 촉구 시위 때문만은 아니다. 창원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촛불 시민은 집회가 끝나면 광장을 말끔히 정리했으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기꺼이 존중하였다. 촛불 시민이 보수단체처럼 광장을 점령하거나 막말을 일삼거나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헌재는 다르게 판단했을 수 있다. 보수단체들은 독점이 아닌 배려와 소통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학습하기 바란다.

시위 주최 측이 집회 시간이 아님에도 도구를 치우지 않거나 지나친 소음을 유발하는 것은 현행법으로도 제어할 수 있다. 담당 구청과 관할 경찰서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위법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또 처벌이나 견제 못지않게 해당 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대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촛불을 거꾸로 학습한 이들의 행동을 사회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다. 민주주의의 산실인 광장에서 이기주의와 폐쇄주의적인 집단행동이 나오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가 아직은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일 수 있다. 민주주의의 난숙을 위한 방도를 놓고 시민적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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