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무덤을 천묘하였다 살 들어낸 어머니의 뼈를 처음 보았다 송구스러워 무덤 곁에 심었던 배롱나무 한 그루 지금 꽃들이 한창이다 붉은 떼울음, 꽃을 빼고 나면 배롱나무는 골격(骨格)만 남는다 촉루(觸髏)라고 금방 쓸 수도 있고 말할 수도 있다 너무 단단하게 말랐다 흰뼈들 힘에 부쳐 톡톡 불거졌다 꽃으로 저승을 한껏 내보인다 한창 울고 있다 어머니, 몇 만 리를 그렇게 맨발로 걸어 오셨다'!

올해 작고한 정진규 시인의 시 <배롱나무 꽃>입니다. 어머니의 흰뼈와 배롱나무의 골격을 통해서 시인이 본 어머니! 어머니의 뼈에서 시인이 추억하는 눈물 젖은 사랑! 유골의 어머니가 '저승에서 몇 만 리를 걸어 와' 생시의 음성으로 아들을 부르는 환청도 들립니다. 유골 한 점, 한 점이 '꽃 울음'인 모정이여! 세월호 미수습자의 숨긴 뼈 한 점! 그 뼈도 그리워하네 골육 애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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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 그 뼈 한 점

앞 詩 얼마나 부러울까

온전히 묻혔다 온전 뼈로

상봉 느꺼운 골육지정이!

원통한

그 흰뼈의 옆에다

'배롱나무 꽃' 피워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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