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장, 공사현장 주민피해 체험해보길
시민 위해 법 제정하는 열정도 행정 묘미

밀양시의 인구 증가와 도시 발달 목표에 편승해 급격한 개발 사업들이 진행되면서 주민들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한 시민이 시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는 현재 단장면 안법리와 감물리 일원에서 진행되는 밀양레이크CC 조성 공사를 지적했다. "골프장 건설로 직접 피해를 보고 있고, 건설 현장에 가 보면 환경은 철저히 파괴되고 있으며, 온갖 먼지와 소음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행정 부서가 자주 언급하는 '법대로 해라'는 말도 비판했다. 그는 "행정부서에서 가장 하기 쉬운 말이지만 스스로 능력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고 지방자치제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위험한 말"이라며 시장 답변을 요청했다.

나는 지난 7월 밀양레이크CC 조성 공사 현장에 가 본 적이 있다. 아름다운 마을에 골프장을 조성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산꼭대기까지 레미콘이 오르락내리락하니 안전 문제도 걱정됐다. 마을 뒷산을 심각하게 깎아 황톳빛만 휑뎅그렁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난 21일엔 가곡주공아파트 주민들이 밀양강푸르지오아파트 건설 공사로 말미암은 소음·분진 피해를 해결해달라고 밀양시장을 면담했다. 주민들은 "시장이 법적인 절차대로 조치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한다. 오랫동안 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소음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견뎌야 하는 문제"라고 토로했고, 시장은 "주민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10월 23일 나는 가곡주공아파트 주민 집에 들어가봤다. 밀양강푸르지오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 바로 앞에 자리한 아파트 8층이었는데, 아파트 터 파기 작업을 하는 굉음이 장난이 아니었다. 늦으면 내년 5월까지 소음 공사가 진행된다고 했다. 더욱이 주공아파트에는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 마음이 더 짠했다. 그동안 주공아파트만의 혜택이던 조망권까지 푸르지오아파트가 차지할 상황에 놓였다.

#밀양 얼음골에서 석남사로 넘어가는 고갯길, 석남터널을 약 1㎞ 앞에 둔 지점 길가에 볼썽사나운 집이 보인다. 분명 국유지인데 무단으로 주택을 지어놓았다. 가지산 등산객들이 이 불법 주택을 밀양시에서 왜 조치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제보를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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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말 현장에 가서 시 건축과에 문의했더니 "법 절차에 따라 행정 조치를 했다"고 했다. 행정 조치는 '국유지를 빠른 시일 내에 원상복구하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행정 조치 후 2개월 시간을 주고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다시 행정조치를 하는 등 법 절차에 따르려면 적어도 6개월가량 걸린다고 한다.

모든 행정은 법에 따라 진행되겠지만 시민이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는지를 시장이 현장에 나가 직접 체험해 본다면 또다른 행정 수단이나 법 맹점 개혁안이 도출될 수도 있다. 있는 법에만 충실할 게 아니라 없는 법을 제정하는 열정도 행정의 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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