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심 부추겨 비싼 아이템 구매 유도
불법도박과 유사…정치권 관심 가져야

전병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을 하면서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 원 후원금을 받았다는 혐의다. 검찰 수사에 앞서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그를 두고 게임 농단 세력이라 말했다.

게임계에서 정치인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스타 대접을 받는 인물이 농단 세력이다? 혼란스러운 말이다. 아마도 e스포츠의 대명사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치트키 'show me the money'(쇼미더머니)를 시전했다가 폭망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농단 세력', 우리는 1년 전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많이 들어온 말이다. 전병헌 전 의원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최순실이 했던 '국정 농단 세력'의 행위와 유사하다. 그렇다면 전 전 의원과 측근들을 처벌하면 한국 게임계는 좋아질까? 턱도 없는 일이다.

마치 최순실과 측근 몇 명을 처벌한다고 해서 한국이 확 좋아질 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의미를 두자면 좋아질 수 있는 계기를 얻은 정도다. 이 기회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피고, 해결 방법을 꾸준히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현 정부가 적폐청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처럼, 한국 게임산업의 적폐청산도 이뤄져야만 한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적폐는 무엇일까? 재미없는 게임으로 장사를 엄청 잘하는 것이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라고 여길 수 있다. 재미가 없으면 장사가 안 되는 게 맞다. 하지만, 한국 게임은 장사를 아주 잘한다. 바로 경쟁과 도박을 통해서다. 우리나라는 경쟁 풍토가 만연해 있다. 어려서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산다. 경쟁은 당연한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문화다.

게임에서도 당연히 경쟁을 하려 한다.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잘 부추기고 거기에 도박 시스템을 결합시킨다. 그러면, 별다른 게임 자체의 재미가 없더라도 유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며, 그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돈을 내고 비싼 아이템을 산다. 그뿐 아니다. 비싼 아이템에 도박성을 붙인다. 가령 만 원을 주고 산 아이템을 걸고 도박을 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십만 원, 백만 원 가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운이 나쁘면 꽝이다.

문제는 운이 매우 낮은 확률로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저들은 누군가 몇만 원 투자해서 몇천만 원 아이템을 얻은 사람이 있다며, 자신도 행운의 주인공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마치 복권을 사는 심리와 같은 것이다. 이런 게임들은 더 이상 멋진 칼을 차고 판타지 세계를 누비며 악마를 때려잡는 게임이 아니다. 그냥 불법 도박 사이트와 진배없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적폐는 대형 게임회사 자체다. 승자독식이 판을 치고 있다. 작은 게임 스튜디오에서 아무리 좋은 게임 아이디어를 갖고 있더라도, 대형 게임회사와 협력하지 않으면 상용화하기가 어렵다. 말이 협력이지 실상은 흡수다. 대형 게임회사는 단물을 쪽 빨아먹고 껍데기는 바로 내뱉어버린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란 말이 있다. 위험하지만 잘 감수하면 높은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작은 스튜디오는 위험만 감수하고, 대형 게임회사는 이득만 취한다.

이병욱.jpg

현 정부는 지난 정권의 적폐를 차근차근 해소해가고 있다. 하지만, 게임산업의 적폐는 청산 전망이 어둡다. 법과 제도를 개선하려면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국회의원 대부분이 관심을 두지 않고, 관심을 두더라도 마약처럼 나쁜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게임은 큰 산업이자 중요한 문화다. 정지권의 몰이해와 무관심 속에 병들어 가고 있다. 게임산업의 적폐가 청산되고, 재미있는 게임을 공정하게 만들어 우리가 모두 즐길 수 있길 바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