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변화에서 답을 찾는다

지금 우리나라 언론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신문은 물론 방송도 다르지 않다. 종사자 스스로 '위기'임을 인정한다. 경남도민일보를 포함한 지역신문이 체감하는 정도는 그 강도가 훨씬 크다.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똑 부러지는 답이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9월 지역 신문의 위기 해법을 찾고자 핀란드 주요 언론사를 방문했다. 경남도민일보, 광양신문, 설악신문, 고양신문, 당진시대 등 다섯 개 지역신문사 편집장과 대표가 함께한 핀란드 연수는 새로운 방향 설정, 생존 가능성 확인, 지속적인 노력과 변화 등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연수단은 먼저 수도 헬싱키를 기반으로 하루 44만 부를 발행하는 핀란드 최대 일간지인 헬싱긴 사노맛(Helsingin Sanomat)을 방문했다. 108년 역사를 지닌 헬싱긴 사노맛도 종이 신문 구독자 수가 줄거나 답보 상태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들의 전략은 온라인 구독자 확보였다. 현재 온라인 구독자만 6만 명으로, 매년 한 자릿수 이상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종이 신문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사, 정보성(소위 돈 되는) 강조에 역점을 두었다.

헬싱긴 사노맛은 종이 신문 독자가 온라인에서 '디지털'을 경험할 수 있도록 페이월(paywall·기사 제목은 공개하되 유료 결제해야 전체 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만든 구독 방식)을 시행하면서, 한 독자가 일주일에 기사 5편을 무료로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독자가 많이 찾는 인터뷰, 감정을 자극하는 취재물 가운데 매주 한두 편을 골라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구독자를 늘려나가는 방식을 도입했다. 온라인 몰입도를 높이고자 시각적인 디자인, 인터랙티브(상호작용) 기획물 연재 횟수를 크게 늘렸다.

종이 신문 퇴조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헬싱긴 사노맛이 핀란드 최대 일간지 지위를 유지하는 가장 큰 원천은 '변화에 답이 있다'는 것이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일상적 보급에 맞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뉴스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신문사가 뉴스 공급자에 그치지 않고, 수요자 요구가 무엇인지, 미래 독자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배울 점이 많았다. 어린이 뉴스는 변화의 핵심이었다. 미래 독자 확보와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에 접근해 미디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분별 있게 활용하고 소통하는 능력) 교육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전략이 돋보였다.

기자의 시각이 아닌 해당 뉴스를 읽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뉴스 제작과 참여, 심지어 뉴스밸류(뉴스 가치) 결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시각과 판단이었다.

핀란드의 미디어 환경은 한국 상황보다 덜 경쟁적이고 구독률이 높다. 2016년 기준 인구 63만 명에 이르는 헬싱키의 모든 가정과 상점, 사무실은 1부 이상의 신문을 구독한다.

또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가 없다는 점도 우리와 너무나 다른 환경이다.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핀란드 언론사 6곳의 홈페이지는 방문자 수가 많은 웹사이트 30위권 안에 포함돼 있다. 포털 사이트가 장악한 우리와는 전혀 다른 형편이라 나름 부럽기도 하고 원망 비슷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와 너무 다른 언론 환경인 핀란드 방문을 통해 먼저 체득한 점은 '변화'였다. 독자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꿰뚫고, 그들의 요구를 뉴스 콘텐츠 발굴과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케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다음 편에선 핀란드 언론의 독자 확보 전략에 대해 들여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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