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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 간다] (16) 늦가을 대학 속으로

유희진 인턴기자 jin@idomin.com 2017년 11월 24일 금요일

가을도 절정이 지나 어느덧 겨울 초입입니다. 단풍 구경은 다녀오셨는지요?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면 근처 대학교에 가보길 권합니다. 도내 대학 교정에는 마지막 단풍이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거든요. 유희진 인턴기자가 저마다 다른 풍경을 자랑하는 대학 교정을 걸어봤습니다. 빨갛게 익어 하나둘 떨어지는 단풍이 봄 벚꽃만큼 운치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번 주말 대학 단풍 여행 어떠신가요?

◇창원대 = 창원시 의창구에 있는 창원대학교에 들어서면 도로 양쪽으로 펼쳐진 은행나무들로 눈이 휘둥그레진다. 노란 드레스로 옷을 갈아입은 은행나무는 한창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은행나무도 한때 외면을 받았다. 한창 은행 열매를 떨어뜨릴 때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며 코를 막거나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들뿐이었다. 이렇게 우울한 시기를 거친 은행나무는 지금 존재감을 뽐내며 비상 중이다. 한쪽에서는 코스모스가 가을 바람에 맞춰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캠퍼스 뒤로 펼쳐져 있는 정병산도 오색빛깔로 물들어 운치를 더한다.

창원대 청운지. /유희진 인턴기자

기숙사 앞 생태 연못 '청운지' 풍경은 사뭇 다른 가을 느낌이다. 알록달록한 단풍보다는 색채가 옅은 황갈색의 갈대나 낙엽들이 많다. 어쩌면 이 풍경이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 가을이란 말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줬던 청운지 벚나무들은 혼자 묵묵히 잎을 떨어내며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중이다. 나뭇가지 끝에 걸려있는 이파리가 위태롭게 보인다. 하지만 이것 역시 다시 꽃을 피우기 위한 과정임을 알기에 슬프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청운지에 사는 거위들은 사람이 익숙한지 뭍에까지 올라와 꽥꽥거리며 재롱을 부린다. 이를 구경하려고 나온 주민들과 아이들도 적지 않다. 호수 왼쪽엔 푸른 세쿼이아가 촘촘히 숲을 이루고 있어 가을의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창원대 학생이자 사진 블로거 그린비 씨는 "아침 해가 뜬 직후나 해가 지기 1시간 전에 찾으면 어느 곳을 봐도 다 예쁘다"고 조언했다.

◇인제대 = 김해시 인제로에 있는 인제대학교는 직선으로 돼 있어 여유 있게 걸으며 단풍을 즐기기에 좋다. 기숙사로 향하는 오르막길은 '헐떡고개'라고도 불리는데 그만큼 가파르고 힘들다는 뜻이다. 하지만 산과 어우러진 가을 풍경을 한눈에 담고 싶다면 오르막길을 올라가보는 걸 추천한다. 중문 쪽으로 학교로 올라가는 낡은 나무계단이 있다. 지름길이라 많은 학생이 지나가지만 대부분 고개를 푹 숙인 채 무신경하게 지나쳐갈 뿐이다. 그곳에서는 조금만 고개를 들어도 단풍나무로 둘러싸인 예쁜 경치를 볼 수 있다. 계단 중간에는 쉬어가라고 만든 벤치도 있는데, 주변 풍경과도 썩 잘 어울린다.

인제대 'BC 공원'에 있는 연못.

인제대 안에는 'BC 파크'라고 불리는 작은 공원이 있다. B동(창조관)과 C동(신어관) 사이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원 입구에 있는 장미터널에는 아직 지지 않은 장미들이 듬성듬성 피어 있다. 앙상한 가지 사이에서 고고하게 고개를 든 장미들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공원 가운데에는 물레방아와 돌담으로 꾸며진 작은 연못도 있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에 앉아 잔잔히 돌아가는 물레방아를 보고 있으면 시간도 덩달아 느리게 가는 느낌이다. 연못에 뿌려진 낙엽들이 물결 따라 살랑살랑 움직이는 모습도 아름답다. 공강 시간에 쉼터로 활용한다는 이곳은 친구, 연인끼리 도란도란 이야기하기도 좋다.

◇경상대 = 자전거가 있는 풍경이 잘 어울리는 학교도 있다. 진주시 가좌동에 있는 경상대학교는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캠퍼스가 넓다. 그래서인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이 많은데, 그 모습이 전형적인 대학 캠퍼스 이미지다. 계단 밑에 세워진 주인 모를 자전거도 은행나무와 함께 한 폭의 그림 같다. 자전거만큼 많은 것이 또 있다. 길고양이다. 특히 수의대학 건물 근처에서 많이 보이는데, 가끔 수의대학 학생들이 아픈 곳도 고쳐주고 먹을 것도 준다고 한다. 캠퍼스 곳곳에는 사료와 물을 담는 그릇이 놓인 작은 공간도 있다. 지붕과 간판까지 꽤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모습이다. 그릇이 깨끗한 걸 보아 꾸준히 다녀가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사람이 다가가자 혹여나 사료를 주려고 온 줄 아는지 고양이 몇 마리가 모여든다. 수북이 쌓여 있는 낙엽 위로 나른한 듯 햇볕을 쬐는 고양이도 보인다.

경상대 건물을 둘러싼 담쟁이덩굴.

정문에서 올라오다 보면 광장 공원도 볼 수 있다. 쌀쌀한 날씨지만 공원을 둘러싼 벤치에 앉아서 담소를 즐기는 이들이 보인다. 길목마다 나무들과 벤치가 많아 학교 전체가 공원 같다. 건물을 둘러싼 오래된 담쟁이덩굴들도 하나둘 빨갛게 물들여가며 가을을 머금고 있었다.

◇경남대 =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경남대학교에는 달을 비춰볼 수 있는 연못이라는 뜻의 '월영지'가 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 사이에서 울긋불긋 색이 변한 나무들이 월영지와 잘 어우러졌다. 돌계단을 내려가면 월영지를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월영교에서 바라본 월영지와는 또 다른 경관이다. 월영교가 그대로 연못에 비쳐 마치 데칼코마니를 한 것 같다. 월영지 뒤로는 뾰족한 나무들이 모여 있는 게 보인다. 경남대 가로수길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있는 이곳은 많은 사람이 월영지와 함께 찾는다. KBS의 인기드라마였던 <함부로 애틋하게> 촬영지로 알려지며 더 유명해졌다. 목이 아플 만큼 높디높은 메타세쿼이아는 뜨거운 여름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줬다. 가을이 된 지금은 노랗게 물들어 예쁜 풍경을 선물하고 있다. 참 고마운 나무들이다.

경남대 월영지.

경남대는 곳곳에 숨은 명소도 많다. 제5공학관 뒤쪽에는 큰 은행나무가 장관을 이뤘다.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인지 떨어진 지 오래돼 보이는 은행들도 아직 온전한 모습을 한 채 나뒹굴고 있었다. 햇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는 은행잎은 눈이 시릴 만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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