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문제 경남도 예외아니다] (2) 고민 한 발짝 앞선 타 지역들
지자체 지역자산으로 활용
순천, 한복공방·박물관으로
부산, 저소득층에 반값임대
전주, 공용텃밭·주차장 이용

'빈집 대책 마련'은 이미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와 있다. 많은 지자체가 단순히 허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시선 두고 있다. 경남 도내 지자체들도 이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가운데, 다른 지역 몇몇 사례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문화 자산 = 순천시는 도시재생사업을 펼치면서 빈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순천시 향동·금곡동 일대는 창작예술촌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공간을 안고 있다. 이들 공간은 대부분 빈집 혹은 낡은 주택을 활용했다. 시가 매입 후 지역 출신 문화인들에게 창작 공간으로 내준다. 그러면 이들 예술 활동이 바깥사람들 발걸음을 끌어모은다. 그러면서 마을은 활기를 되찾는 선순환 구조다.

이곳 '김혜순 한복공방'이 대표적인데, 1970년대 주택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꼭 주택뿐만은 아니다. 방치될 처지에 놓일 뻔한 빈 건물도 있다. 1976년 지어진 2층짜리 건물은 한때 지역 미식가들에게 소문난 삼겹살집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점점 영업 어려움을 겪다 결국 지난 40년 세월을 뒤로한 채 폐업했다. 이에 시가 건물을 매입, 지금은 문화창작공간·여인숙으로 이용하고 있다.

순천시는 1970년대 낡은 주택을 개조해 한복공방으로 활용했다.

마을주민들 역시 빈집 활용에 스스로 나서고 있다. 일대 청수골마을 한 주택은 50년 세월을 견디지 못해 더는 거주하기 어려울 정도로 낡았다. 이에 마을 주민들이 내부 수리를 거쳐 공동운영 마을 카페로 조성하고 있다.

정광석 순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 팀장은 "시, 주택 소유주, 마을주민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빈집을 또 다른 자산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인천시 남구 도화동 주민들은 빈 단독주택을 아파트 관리사무소 같은 공간으로 쓰고 있다. 또한 마을 역사를 담은 박물관도 만들어 외부인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서울 성북구 장수마을도 재개발 단지 빈집들을 마을 카페·박물관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광석 순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 팀장은 "쇠락한 마을이 빈집 활용으로 활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자산 = 저렴한 임대주택 활용 시도도 활발하다.

부산시는 전국 최초로 빈집 저가 임대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2012년 시작한 '햇살둥지사업'이다. 시와 소유주가 리모델링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데, 시가 최대 1800만 원을 지원한다. 그리고 지역 대학생, 신혼부부, 저소득계층 등에 3년간 주변 시세의 반 가격에 임대하는 식이다.

서울시 역시 이와 비슷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빈집과 낡은 주택을 셰어하우스 형태로 개조해 젊은 층에 임대한다. 주택 소유주는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받는 대신, 주변 시세의 80% 이하 임대료를 받고 6년 이상 제공하는 식이다.

전북 전주시는 올해 '도심 빈집정비 주민공간조성사업'을 펼치고 있다. 빈집 일부는 반값에 임대하고, 일부는 주민 쉼터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조차 어려운 빈집은 어쩔 수 없이 허물고, 대신 그 공간을 공용텃밭·주차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910년대 병원 격리병동으로 사용되다 이후 학교 기숙사로 사용되며 주거지 역할까지 했다. 현재는 의료문화공원으로 변신 중이다.

광주광역시는 작년 6월부터 '빈집정보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내 빈집 위치·면적·구조 등과 같은 정보를 구별로 나눠 제공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는 지난 201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다만 이때는 재개발 구역 내 빈집과 맞물려 진행됐다. 노원구는 이후 빈집을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빈집 임대주택 모집 사례를 보면, 전체 면적 68.83㎡ 단층 주택을 임대보증금 500만 원, 임대료 20만~25만 원에 내놓았다. 임대 기간은 6년이며 조건에 따라 두 번 재계약 가능한 방식이다.

경남도는 지난 2015년 10월 29일 '경상남도 빈집 정비 지원 조례'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빈집 지원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경남도 역시 빈집정보관리시스템 구축·운영을 준비 중이다.

창원시도 지난 6월 15일 '창원시 빈집 정례 지원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빈집 활용 방법'이다. 관련 조항은 △시가 빈집 소유자의 신청을 받아 빈집을 주거, 예술인 창작공간, 사회적기업의 사무소 등 다양한 수요자가 입주·이용할 수 있는 용도로 활용하기 위하여 수리 또는 리모델링할 수 있다 △주거의 용도로 수리 또는 리모델링한 빈집은 대학생, 장애인, 65세 이상인 사람,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속하는 사람 등이 우선 입주하게 할 수 있다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안상수 창원시장은 빈집 대책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간부 회의에서 "창원시가 활용 가능한 빈집을 문화예술 창작공간, 마을 사랑방, 청년 공동 주거공간으로 조성한다면 도시 미관과 주거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빈집 활용은 여러 부서가 연관돼 있어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 폐가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문화·주택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도내에서 한 자치단체가 모범적인 성과를 낸다면, 도내 타 시·군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에 주목될 수밖에 없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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