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느닷없이 터진다. 그렇지만 일면 예고 없는 사고 같아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고의 원인이 된 '사소한 부주의'가 또렷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매너'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주 사소한.

휴일 낮에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 날씨도 좋고 도로가 한산해 좌우 창문 유리를 살짝 내리고 바람을 쐬며 달린다. 사거리에서 정지 신호를 받고 섰다. 잠시 후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났다. 뒤따라오던 큰 화물트럭이 어느새 옆 차로로 옮겨왔는데 운전석 밖으로 뻗어 나와 있는 손끝에 타들어가는 담배 한 개비가 들려있다. 트럭 운전석은 높아 내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다. 하얀 연기의 꼬리가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운전 중에 담배를 피우는 운전자를 드물지 않게 본다. 앞서 달리는 차에서 담배나 담배연기가 보이면 창문을 닫고 피한다. 담배연기와 담배냄새도 싫지만 날리는 담뱃재를 내가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기분이 들어서다. 창문을 닫았다. 곧 신호가 바뀌고 트럭은 재빨리 출발했다.

그때였다. 2~3미터 정도 멀어졌나 싶던 담배가, 내가 아직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그 담배가 얼굴로 훅 날아들었다. 속도를 높이던 트럭 운전자는 그대로 담배를 놓아버렸고 그게 내 차 운전석 쪽으로 떨어진 거다. 얼굴에 맞을 일이야 없지만, 알면서도 눈이 질끈 감겼다. 심장이 확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핸들은 꼭 붙들고 있었지만 발은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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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내 차 속도가 많이 붙기 전이다. 따라오던 뒤차도 없다. 이쪽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트럭은 벌써 저만치 가버렸다. 그저 황당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시 숨을 골랐다.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한창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면? 뒤에 다른 차가 있었다면? 순간 핸들을 꺾었다면?

운전 매너가 생사를 가를 수도 있다. 깜빡이를 켜자마자 끼어들기 하는 차, 어두운 도로에서 등도 켜지 않고 달리는 차, 내차 뒤에 바짝 붙어 달리면서 불안하게 하는 차, 매너 좀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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