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질타로 돌아오는 요즘 세태
고운말 되받으려면 어찌해야 하나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자 익히 잘 아는 속담이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나는 이 속담이 거꾸로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 세태에는 가는 말이 고와도 오는 말이 곱지 않은 상황이 너무나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학생회장이 너무나도 하고 싶은 아이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으며 생활했고 회장선거에도 출마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열심히 하겠다." "이 학교를 자랑스러운 학교로 만들겠다." "불편한 사항들을 개선하겠다." 열심히 친구들에게 고운 말로 어필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곱지 않은 말들이었다. "잘난 척한다." "공부 잘하고 선생님들께 사랑받는다고 유세냐?" "나대지 마라."

회사에서 잘해보고자 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해보고자 했다. 선배들의 업무를 먼저 나서서 도와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그것이 본인의 업무가 되어 더는 호의가 아니게 되었다. 업무량이 많아졌다. 그래도 웃으며 일했다. 다른 사람들의 부탁도 웃으며 받아주었다. 엄청난 업무량에 실수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실수가 또 다른 실수를 낳았다. 계속되는 꾸중으로 사기가 저하된다. 그리고 업무량은 계속 증가한다. 또 실수를 한다. 그래도 웃으며 말한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시 해 보겠습니다." "다음에는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제가 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잘하는 게 중요한 거다." "실수도 실력이다." "네 일부터 잘해라." "생각 없이 일하지 마라." 이런 말이었다.

이 상황,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시추에이션 아닌가. 주변을 돌아보면 지금 내가 든 예시보다 더한 상황들도 많을 것이다. 한마디로, 고운 말을 전했는데 곱지 않은 말들이 돌아오는 상황이 우리 주변에는 이상하리만큼 많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 선조의 속담이 잘못된 것일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이 속담도 함께 말할 수 있겠다. 웃으며 고운 말들을 던지지만 돌아오는 건 웃지 않는 얼굴과 곱지 않은 말들이다. 우리는 이 속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한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갑을 관계가 존재한다. 서비스업자와 고객, 상사와 부하, 면접관과 면접자 등…. 이것들은 갑을 관계로 작용한다. 물론 갑을 관계가 아닌 평등한 관계로서 작용하는 것이 올바른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만만치 않다. 그래서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나 보다. 평등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우위에 서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세태가 선조의 속담을 뒤바꿔 버렸다.

우리는 계속해서 고운 말을 돌려받지 못해야 하는 것일까. 갑을 관계가 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은 보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모습을 말이다. 선조의 말을 뒤집어 버릴 만큼 잘못되어 있지는 않은지. 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고운 말을 듣기 위하여 고운 말을 쓸 수 있을까. 지금의 이 세상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닐까. 웃는 얼굴에 침이 아니라 비수가 날아드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운 말을 쓰는 자들이 오히려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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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고운 말을 던졌을 때 고운 말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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