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약대 학생들 벼룩시장 수익으로 구급상자 기부
러쉬코리아, 통영 고교생 해양정화활동에 동참·후원도

연말이 다가오면서 이웃을 생각하는 기부와 봉사활동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좀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나눔'이 눈길을 끈다.

약사를 꿈꾸며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구급상자를 이웃에 선물했고, 고교생들이 주말마다 바닷가 쓰레기를 치우는 것에 감동한 외국계 기업이 여기에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학교도 알리고 좋은 일도 하고" = 대학축제 기간에 벼룩시장(플리마켓)을 열어 번 돈으로 이웃에게 구급약 상자를 선물한 예비 약사들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경상대 약학대학 알약학생회는 경상대 개척대동제 기간인 지난 10월 19일 벼룩시장을 2~3시간 동안 열었다. 벼룩시장에 나온 물건은 옷, 생필품, 가전제품, 책 등 매우 다양했다. 약학대학 교수·직원·학생뿐만 아니라 전체 교직원들이 소문을 듣고 자발적으로 내놓아 모인 것으로 120점이 넘었다.

경상대 약학대학 학생들이 벼룩시장을 열어 마련한 돈으로 구급약 상자를 구입해 노인 가구에 전달하고 있다. /경상대

박상욱(4학년) 학생회장은 "약학대학 재학생, 교수님, 행정실 직원, 조교선생님께 행사 취지를 말씀드리고 물품을 기부받았다"고 설명했다.

학생회는 물건을 기부받는 과정에서 원한다면 판매금액의 50%를 받아갈 수 있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실제 이 돈을 받아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벼룩시장에서 팔기 애매한 물건은 대동제 기간에 운영한 약학대학 식당에서 경매 이벤트를 벌여 처분했다. 그렇게 번 돈은 54만여 원이다.

학생들은 비록 금액은 많지 않지만 의미있는 일에 쓰고 싶었다. 행사를 처음 기획할 때부터 약속한 게 있었다.

박 회장은 "경상대에 약학대학이 개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잘 모르는 분이 많을 것 같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좋은 일도 하고 경상대에 약학대학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수익금으로 노인정 같은 곳에 구급함과 일반의약품을 기부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진주시청에 문의해 시내 중심부로부터 거리가 멀고 주변에 약국이 없는 지역의 장애인·독거노인·조손가정 등에 구급함과 일반의약품을 전달하기로 했다. 23일 오전 박 회장을 비롯한 학생회 간부들과 약학대학 관계자들은 진주시 반성면 진안마을, 장곡마을, 모곡마을, 내팔미마을, 정수마을 등 5개 마을을 찾아가 이 선물을 전달했다.

박 회장은 "비록 작은 약 상자에 불과하지만 미래의 약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몇 달 동안 기획하고 준비해 마련한 것인 만큼 기쁘게 받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 선행에 감동했습니다" = 외국계 화장품 회사가 이례적으로 통영 해양쓰레기 수거사업에 돈을 내고 직접 동참까지 하기로 해 화제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영국계 핸드메이드 화장품 회사 러쉬코리아가 해양쓰레기 정화사업으로 1660만 원을 후원하고 통영지역 해양쓰레기 수거에도 동참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러쉬코리아의 후원과 동참은 지난달 초 러쉬코리아 측에서 중앙환경운동연합을 통해 해양정화 활동을 하는 단체에 지원하고 싶다고 문의하면서 통영과 인연을 맺었다.

통영고 환경동아리 학생들이 통영 용남면 선촌마을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허동정 기자

러쉬코리아가 통영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과 통영고교 환경동아리 1급수사람들, 충렬여고·동원고 학생들 수 명에서 수십 명이 지난해 초부터 매주 토요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해양쓰레기를 거둬들이는 환경정화활동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용남면 화삼리 수 ㎞ 해안을 돌며 스티로폼, 부유쓰레기, 폐그물, 로프와 같은 쓰레기를 하루 80㎏씩 거둬들이는 등 맹활약했다. 이렇게 모은 쓰레기는 통영시가 차량을 이용해 처리했다.

러쉬코리아는 이 같은 고교 환경동아리 학생들의 활동을 동영상을 통해 확인하고 통영거제환경연합에 동참의사를 타진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공용통장으로 후원금 1660만 원을 입금했다.

특히 러쉬코리아는 사업비 지원뿐만 아니라 전국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해양 정화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뜻까지 알려왔다.

이들은 매월 1~2회 통영을 방문해 쓰레기 수거에 참여할 계획이다. 내달 1일 처음으로 12명이 화삼리 선촌마을 찾아 마을주민, 화삼어촌계원들과 함께 첫 자원봉사에 나선다.

자원봉사에 나서는 러쉬코리아 직원들은 고교 환경동아리 학생들이 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업비 소진 때까지 통영 이순신공원부터 견내량 인근 해양쓰레기를 집중적으로 거둬들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잠수부를 투입해 바다 밑 침적쓰레기 제거도 한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지욱철 공동의장은 "국내 기업도 잘 동참하지 않는 해양 쓰레기 수거 사업에 외국계 기업이 나서서 후원금을 지원하고 자원봉사까지 한다는 것에 큰 감사를 느낀다. 지난 10월 중순 러쉬코리아는 한 행사에서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의 4년간의 정화활동 내용을 영상으로 정리해 자발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이후 깊은 관심을 두고 통영지역 해양쓰레기 제거 작업에 동참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러쉬는 자연치유적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식물과 꽃을 세계 곳곳에서 찾아내 핸드메이드로 화장품을 만들고 제품 70%를 무방부제 제품으로 생산하는 영국 화장품 업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