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23일 아침, 수험생 표정은 하나같이 긴장된 모습이었다. 함께 온 학부모들도 겉은 웃는 얼굴이었지만,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수능 한파’ 탓에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다소 쌀쌀한 날씨였다. 하지만, 후배들의 응원과 격려에 시험장 입구는 활기찼다. ‘아슬아슬’ 입실 시각이 임박해 경찰 도움으로 시험장으로 들어오는 수험생들도 눈에 띄었다.

○…88(창원)지구 제6시험장인 창원고등학교 정문에는 학생을 태워다 준 학부모가 정문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임창완(52) 씨는 “모의고사 치듯 부담없이 시험을 치르길 바란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임 씨는 “점심 도시락도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싸줬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인 김미자(48) 씨는 “아들이 며칠 집중을 못 해왔는데, 오늘은 노력한 결과물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응원했다. 창원시 의창구청에서도 관내 8개 시험장을 돌면서 수험생을 격려했고, ‘감’ 잡으라는 의미로 단감빵과 감잎차를 수험생에게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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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경일고등학교 고사장 입구에서 한 수험생들이 응원 속에 입장을 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오전 7시 55분께 창원고등학교 정문에는 한 남학생이 발을 동동 굴렀다. 이 학생은 창원남고가 시험장이었으나 시험장을 잘못 찾아와 정문에서 되돌아 나왔다. 상황을 지켜본 모범운전자회 이병건(57) 씨는 본인 오토바이에 학생을 태워 남고로 출발해 입실 완료 4분을 남겨둔 8시 6분께 남고에 도착했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창원 가음동 장미공원입구에서 7시 5분께 ‘택시를 못 잡고 있다’는 고 3학 진모 양을 순찰차로 용호고 수험장까지 데려다 줬다. 오전 7시 57분께도 시티세븐 앞에서 경일여고에 가려던 수험생을 경찰오토바이로 태워 입실 완료 3분 전 무사히 도착했다.

마산동부경찰서와 마산중부경찰서도 버스를 기다리던 수험생을 태워주거나 “출근길 차량 정체로 창신고 수험장까지 늦을 것 같으니 태워달라”며 112로 신고한 수험생을 신속하게 이동시켰다. 경찰은 지각이 예상되거나 고사장을 잘못 찾은 수험생을 위해 도내 87곳에 수험생 태워주는 곳을 지정·운용해 30여 명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마산중부경찰서는 오전 7시 50분께 마산성지여고로 가야하지만 마산여고로 잘못 간 수험생 1명을 무사히 시험장에 데려다 줬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마산여고, 성지여고, 마산고가 몰린 마산합포구 고운로는 수험생을 태운 차들로 정체가 심각했다. 경찰과 모범운전자회, 마산합포구 공무원들이 나서 교통정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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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경일고등학교 고사장에 입장한 수험생들이 휴대하면 안되는 물품을 감독관에게 제출한후 시험 시작종을 기다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입실이 마무리된 오전 8시 10분 응원 왔던 후배와 교사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떴다. 하지만, 시험이 시작된 시간에도 교문을 떠나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았다. 학부모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고, 자녀에게 기를 불어주고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는 학부모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 경남경찰청은 이날 경찰과 협력단체원 1222명, 순찰차 등 장비 290대를 배치해 오전 6시부터 시험이 종료하는 오후 6시까지 비상근무 한다.

경찰은 또 △시험장 주변 반경 2㎞ 이내 간선도로 집중관리 △경미한 사고 시 신속한 초동조치한 뒤 수험생 입실완료 후 조사 △수험생을 태운 차량은 시험장 200m 앞에 내리게 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듣기평가 시험 3교시(오후 1시 10~1시 35분) 사이에는 학교 주변일정 구간에 대해 대형 화물차량 차량과 시험장 인근 공사 일시중단 등 소음통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 양산 부산대학교병원 병실에서도 201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진행됐다.

배모(19) 양은 지난 10월 23일 갑자기 발열이 시작돼 집에서 경과를 관찰했으나 호전이 없어 10월 27일 어린이병원에 입원했다.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며 경과를 관찰했으나 하루 4회 이상 발열이 지속돼 결국은 고열로 지난 2일 응급 수술을 했다. 수능 당일인 23일에도 입원 중이었다.

배 양은 시험을 치기에는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 이에 양산부산대병원은 경남도교육청과 협조해 어린이병원 병동에 시험실을 마련했다.

병실 시험장은 1인실로 양산부산대병원에서는 원활한 시험 진행을 위해 파티션과 의자를 비치하고 감독관 대기실을 마련했다. 의료적인 부분은 담당 의사와 소아간호팀에서 상의해 조치했다. 도교육청에서는 장학사 1명, 교사 5명을 시험장으로 파견했다.

양산부산대병원에서는 열정과 꿈을 가지고 시험에 응하는 배 양을 위해 선물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당초 병원에서 수능시험을 보기로 한 환자가 한 명 더 있었으나 지진으로 수능 일정이 연기되면서 다른 학생들과 같이 외부 시험장에서 수능시험을 치렀다.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인 23일 포항 지진대와 가장 가까운 양산교육지원청에서 집무를 수행했다.

박 교육감은 지난 15일 경북 포항지역 지진에 이어 여진이 계속되자 우려스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수험생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도내 101개 시험장학교 시설 안전을 수시로 보고받으며 양산교육지원청에서 수능을 관리했다.

특히 도교육청은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해 양산, 김해, 밀양 시험지역에 특단의 조치를 마련했다. 도교육청은 3단계 지진 정보 중 '다' 단계 상황이 발생하고 시험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양산, 김해, 밀양 시험장 학교 중 내진설계가 안 되어 있는 학교는 다른 학교로 옮겨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대체시험장 10개교를 준비했다.

또 경남도교육청은 대체시험장으로 이동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통학버스 등 버스 61대를 준비했으며 사전에 예비시험장의 방송, 전기 등을 정밀점검하고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는 데 이상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또 수험생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비시험장 실태를 잘 아는 관리자와 기존 시험장 관리자가 함께 수능시험을 관리하도록 했다.

한편 박 교육감은 이날 오전 7시 50분에 수능시험장인 양산 물금고에 나가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대체시험장인 범어중학교 시험장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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