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 '시민 주도권·문화재단 자율성' 보장
2022년까지 37억여 원 투입…문화특화지역 안착 '목표'
문화재단 정책포럼서 천안·청주 선례 배워
높은 청년층·다문화 비율, 가야문화·낙동강·화포천 등 자산
콘텐츠 바탕 위에 "문화 없이 도시재생 없다" 인식 공유 중요

◇문화도시 꿈꾸는 김해 =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률은 지속적인 하락 추세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규제 강화, 소비 위축 등 현상은 더욱 도드라졌다.

이른바 '뉴 노멀'의 시대. 기존 발전 전략 한계가 명확하다는 인식 아래 국가 전략에 문화가 중요 의제로 들어가고, 여러 지자체가 문화로 먹고살기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김해시도 문화도시를 기치로 약동하는 지자체 중 하나다. 시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공모 문화특화지역 조성 사업에 선정됐다. 오는 2022년까지 총 37억 5000만 원을 투입하는 문화도시형 사업이다.

동상동 아트월.

김해는 문화도시로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 농업 중심 도시로 분류되지만, 2차 산업 비중이 높다. 물류·레저 중심의 3차 산업도 균형 있게 발전했다.

부산시·창원시 등 대도시와 가깝다. 평야를 끼고 낙동강이 흐르며, 지천이 많아 화포천습지생태공원·낙동강생태공원 등 자연습지를 자연스레 보유하고 있다.

30~50대 인구 비율이 높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이다. 경남 전체 16%를 차지하는 김해시 인구는 지난 1996년 23만여 명에서 2015년 기준 53만여 명으로 늘었다. 전체 72.5%가 50세 미만인 데다, 다문화 인구 비율도 높다.

인프라 기반도 상대적으로 튼튼하다. 김해문화재단 등 공공 문화예술기관이 중심을 잡고, 민간영역에서는 자생적 문화예술 단체 활동이 활발하다. 가야문화, 도예문화, 가야금 등 역사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270여 개 공원과 유휴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김해시의 목표는 이들 고유 자산으로 문화도시를 구현하는 데 있다. 개발도시지향·전통지향·현대지향·자연친화지향 모두를 아우르는 문화도시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가야금 페스티벌.

◇천안·청주 사례 = 다양한 장점을 바탕으로 문화도시를 꿈꾸는 김해에 필요한 조언은 무엇일까. 지난 16일 오후 제6회 김해문화재단 정책포럼이 열렸다. '문화도시에 미래를 묻다'는 주제로 열린 이번 자리는 문화도시 김해를 조성하는 초석으로 준비했다.

김해보다 앞서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천안·청주 사례 발표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천안은 인구 환경에서 김해와 유사한 도시다. 지난 4월 기준 인구는 64만 1891명. OECD 인구성장률 평균 2.2배(1.23%)에다 평균 연령이 36.2세인 젊은 도시다. 청년인구(15~39세) 비율도 37%를 차지한다.

천안은 자연스레 청년층을 중심으로 풀어보려는 계획을 세웠다. 16개 대학에 7만 4633명의 대학생이 있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현재 사업 방향을 재설정하는 상황이다. 김상혁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사무국장은 "서울이 가깝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유출이 많았다"며 전략을 짜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김해 종로난장 행사.

천안의 문화특화지역 조성 사업 분야는 문화산업형이다. 시 도시재생 정책이 시작점이다. 천안역을 기점으로 원 도심 중심 사업이 주를 이룬다. 지난 2015년 파일럿 프로그램 운영 때 문화산업 인프라 구축이 중심축이었고, 이때 천안역 원 도심 인근이 거점이 됐다.

김 사무국장은 "문화 없이는 도시재생도 없다는 인식을 구성원끼리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도시 가치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라는 설명이다.

청주는 어떤 주제로 문화도시를 만들 것인지 비워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공백을 채우는 일은 2020년부터 할 일이다.

현재 청주는 문화자원 DB를 구축하고, 시민문화네트워크를 꾸렸다. 지역 청년문화활동가를 육성하고, 폐산업시설을 문화거점 시설로 바꾸고 있다. 정확한 시민 수요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김해 종로난장 행사.

◇팔길이 원칙 중요 = 이날 기조발제를 맡은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전 문체부 차관)는 문화도시를 준비하는 도시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도시 경쟁 시대에 문화로 먹고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은 비단 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그는 "기술과 인프라가 있어도 콘텐츠 없이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국제화 시대에 지역이라는 바탕 없이는 보편화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지역 간 교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화도시로 정착하려면 문화예술인 프로그램으로 도시를 재생하고 시민이 주도하며 관이 지원하는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김해 바로알기 강좌 모습.

박 교수는 수요자인 시민 의견의 중요성과 더불어 성과물 중심 사업을 벗어나 긴 호흡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지역주민이 주체가 된 정책 수립이나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언급했다.

박 교수는 앞선 노력과 함께 무엇보다 중요한 조건으로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꼽았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일이다.

그는 "지역문화가 살려면 지역문화재단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지역문화재단, 예술가, 예술단체 관계에도 이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뉴페이스 아티스트 인 김해 전시.
가야사창작워크숍 답사 모습.
가야사창작워크숍 기념촬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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