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참여형 아트 프로젝트와 도시재생' 간담회 
계단식 논농사 시각화 등 일본 에치고 쓰마리 사례 소개  
'주민-예술가 소통·어울림' 창원 도시재생 방향·방안 모색  

일본 사례로 본 창원의 '재생'

2000년대 이후 도시재생(rehabitation)은 문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1950년대 재건축, 1960년대 지역활성화, 1970~80년대 재개발 등의 개념과 결을 달리합니다. 문화적 도시재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지역 고유 자원을 활용해 정체성을 강화하는 지역재생형, 새 자원 투입으로 정체성 확장 효과를 일으키는 지역혁신형입니다. 최근 김해와 창원에서 각각 문화적 도시재생과 관련한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두 곳은 문화로 도시를 재생하겠다고 나선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지역재생형이든, 지역혁신형이든 여러 도시가 각자의 문화적 도시재생을 고민하는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조언은 무엇인지 톺아봤습니다.

일본 센주 지역에서 펼쳐지는 비눗방울 프로젝트.

#일본 나가타현의 한 마을 에치고 쓰마리. 산을 깎아 만든 계단식 논에 농사짓는 모습을 형상화한 설치 작품이 세워져 있다. 더는 땅을 일굴 수 없는 어르신이 손을 놓은 땅. 작가들은 그곳에 마을의 특성을 살려 대지예술제를 펼쳤다. 사계절을 표현한 큰 조각을 선보이며 계단식 논농사를 시각화했다. 그러자 어르신은 '진짜 벼'가 있어야 작품이 완성된다며 다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어르신은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대지예술제를 주최하는 많은 이들이 벼를 심고 있다.

에치고 쓰마리의 계단식 논에 설치된 작품.

◇고령화 마을에 생기를 넣은 '공창적 예술' = 농사를 지을 젊은이가 없는 마을, 고령화로 찾아오는 이가 드문 일본 나가타현의 에치고 쓰마리. 2000년에 시작한 '대지의 예술제 에치고 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로 60만 명이 방문하는 대지의 미술관이 됐다.

"처음에는 지역 주민의 냉대가 심했다. 큰 작품을 마을에 세우니, 도대체 누가 이런 것을 보러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어느 해 이 마을에 폭설이 내렸다. 예술가와 트리엔날레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예술제를 보러 온 관광객들도 점차 늘었다. 그러자 주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제에 참여하더라. 벼농사를 다시 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어르신이 우리와 '공창'한 것이라 의미가 크다."

에치고 쓰마리 도예창작센터 모습.

지난 19일 창원 창동예술촌 내 어울림센터 1층에서 '시민 참여형 아트 프로젝트는 도시재생으로 이어지는가'라는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미술 레지던시를 펼치는 안상진 마산청과시장㈜ 대표이사가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아트 프로젝트의 1인자 구마쿠라 스미코(도쿄예술대학 대학원 국제예술창조연구과) 교수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마키 신지(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교수) 작가가 특별히 초청됐다. 또 정종효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서익진(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김여광 창원문화재단 정책기획팀 차장, 백종진 보좌관(이주영 국회의원), 라상호 (사)창동예술촌 대표, 하효선 에스빠스 리좀 대표, 감성빈 작가, 손재현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구마쿠라 교수는 예술이 어떻게 도시를 다시 생기있게 만드는지 자세히 설명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시민 참여형 아트프로젝트는 도시재생으로 이어지는가' 좌담회 모습.

"에치고 쓰마리는 농업을 통해 대지와 관계를 맺어온 산간 지방이다. 우리는 '인간은 자연에 내포된다'를 기본이념으로 트리엔날레를 열고 있다. 특히 계단식 논 작품은 에츠고 쓰마리의 사회적 문맥을 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작가들은 전수 조사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의 독자적인 시도도 있다. 여행객이 쉬어갈 수 있도록 무료 휴족소를 내놓기도 했다. '공창'이다."

일본에서 1990년대 이후 전개되었다는 '공창적' 예술 활동, 아트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예술이 작품 전시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사회 안에서 각각의 사회사상과 함께 전개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트 프로젝트는 제작 과정을 중시하고 적극적으로 전시한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 속에서 피어나는 예술이다. 순수미술 틀에서 벗어나 교육, 커뮤니티, 재생과 새롭게 연결하는 실험이다.

에치코 츠마리 주민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대접하고 있다.

◇"예술가와 주민은 동등합니다" = 예술로 도시재생이 가능할까? 낯선 예술가가 마을에 들어와 원도심을 살릴 수 있을까? 마을 주민은 도시재생의 주인일가?

이에 대해 에치고 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에 참여한 오마키 작가는 "전시 2년 전부터 준비한다. 지역 주민과 미리 만나 소통했다. 작가로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지역인들로부터 무언가를 이끌어내야 했다. 먹고 마시며 이야기하면서 신뢰감을 형성해나갔다. 중요한 것은 동등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작품을 완성해 끝내는 게 아니다. 긴 시간 동안 작품을 관리하고 보수·유지하는 것은 주민이다. 결국, 주민의 작품이기도 하다"고 했다.

일본 센주 지역 비눗방울 프로젝트.

서익진 교수는 "의문스러운 것은 예술가와 주민의 관계다. 또 과연 주민과 상인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느냐다. 상인과 주민이 참여하려면 이득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정종효 학예연구팀장은 "직접적인 시너지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시너지도 고려해야 한다. 무료 휴족소는 간접적인 시너지의 중요한 사례로 본다"고 말했다.

에치고 쓰마리 빈 건물을 활용한 '고향의 집'.

구마쿠라 교수는 " 에치고 쓰마리는 전통 도예를 알리는 센터를 만들어 작은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경제 효과가 작은 프로젝트들도 있다. 침울한 도시 센주에서 개최한 '메모리얼 리버쓰'다. 오마키 작가가 비눗방울로 지역 분위기를 반전시킨 일이다"고 했다. 이어 오마키 작가는 "내가 지향하는 것은 이제 시민이 스스로 비눗방울을 만들고 춤을 추는 것이다. 오는 26일 열린다. 올해는 주민 200명이 참여한단다. 7년 동안 찬찬히 잘 키워온 것 같다"고 답했다.

◇도시재생의 시범지구, 창동·오동동은? = 손재현 사무국장은 "창동과 오동동은 도시재생 시범사업 지구다. 예술가와 주민, 상인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고 알렸다.

백종진 보좌관은 "일본의 아트 프로젝트를 마산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도시 정체성과 역사성을 충분한 고민하고 그 시대의 사회적인 문제도 녹여야 한다. 마산은 문화적 자산 요인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에치고 쓰마리 주민이 나서 만든 무료 휴족소. /마산청과시장

이에 대해 구마쿠라 교수는 "문신미술관은 굉장히 훌륭했다. 그런데 조각 몇 개로 도시재생에 성공한다면, 굉장히 쉬운 일 아니겠느냐? 지역에 많은 문화 자산이 있지만 도시재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왜 그런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하효선 대표는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은 어떤 도시의 것도 벤치마킹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 지역의 역사와 주민 관계가 형성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오마키 작가는 "마산의 지형, 바다와 높지 않은 산, 마을, 섬까지. 굉장히 요소가 많은 지역이다. 그런데 요소가 너무 많아 관광객으로서 혼란스럽더라. 일관성 있는 주제를, 아트적인 용어를 주민에게 잘 전달해주는 리더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제언했다.

결국 일본의 시민참여형 아트 프로젝트는 도시재생은 주민의 자율적인 네트워크 형성으로 완성됨을 보여준다. 주민이 지역 문화의 주인이자 해설자다. 문화도시의 미래는 바로 우리에게 달렸다. 

에치고 쓰마리 주민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대접하고 있다. /마산청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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