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문제' 경남도 예외 아니다] (1) 단순 폐가 문제만은 아니다
경남, 2050년엔 10채 가운데 1채…24만 7000호 빈집 전망
건설업계 끊임없이 신규 주택 건설 '수급 불균형'현상

'빈집 문제'는 과거 포괄적인 의미에서 접근됐다. 최근 관련법 제정으로 그 개념을 명확히 해놓고 있다. 하지만 그 정의가 되레 '빈집 문제'를 협소하게 묶어놓은 건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정의된 개념은 '장기간 방치된 폐가' = 창원시 마산합포구 주택가 골목. 집 한 채가 우거진 숲 속에 들어싸여 있다. 가옥 외형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문 앞은 폐자재 같은 것들로 어지럽다. 집은 전반적으로 사람 숨결이 끊긴 지 오래인 듯 적막감만 감돈다. 내부에는 살림살이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삿짐을 꾸리다 멈춘 듯한 모양새다. 짐 한편 메모는 '2006년'이라는 기록을 남겨놓고 있다. 

창원시 도심지역 주택가에 한 빈집이 수년간 방치돼 있다. 빈집 내부는 과거 살림살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남석형 기자

마당에서 서성거리자 바깥에서 누군가 "뭐 하는 사람이냐"며 경계 눈빛을 보낸다. 옆집 주민이다. 그는 이 집 사정을 알고 있는 듯 "어르신 내외가 사시다 한 분이 돌아가시면서 남은 한 분은 자식네로 갔다. 이렇게 된 지 몇 년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네 애들이 들어와서 담배라도 피울까 걱정이다. 보다시피 숲이 우거지고 목조 건물이라 불이라도 나면 큰일이다"고 했다. 또한 "앞집 아저씨가 여기 사람 안 산다고 쓰레기를 늘어놓고 있다.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어휴…"라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빈집 문제'는 지금까지 농촌 지역을 주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방치된 집은 농촌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도심 지역 곳곳에도 널려 있다.

이처럼 빈집은 좁은 개념으로 접근하면 '장기간 방치된 폐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2월 8일 '빈집 등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별법'을 공포했다. 이 법은 빈집에 대해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아니하는 주택을 말한다. 다만, 미분양주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택은 제외한다'로 정의해 놓았다.

창원시 농촌지역에 빈집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수년간 방치돼 있다./남석형 기자

경남도는 이 기준에 따라 현재 빈집 현황을 재조사 후 집계하고 있다. 마을 사정을 잘 아는 이·통장들이 개별 전수조사해 합산하는 방식이다. 가장 최근 집계 자료는 지난 2016년 1월 기준이다. 이에 따르면, 경남지역 전체 빈집은 6827호다. 합천군이 1160호로 가장 많고, 통영시 905호, 남해군 728호, 진주시 634호, 창원시 561호, 거제시 427호 등이다.

2년 가까이 흐른 현재 시점에서는 조금 더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도 도시교통국 관계자는 "몇 개 시·군을 제외한 상황에서 6400호 정도로 파악됐다. 지난번 조사 때보다는 조금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방치된 집 증가 사유는 다양하다. 우선 집주인이 사망하거나 이런저런 사유로 떠났는데, 가족·지인들이 그 집을 돌볼 여력이 안 되는 경우다. 또한 해당 가옥이 노후화해 매매·임대 거래를 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농촌 지역은 결국 인구 감소·노령화와 직결되는 측면이 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7월 발행한 <빈집 현황과 정비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는 사회적 문제로 △토지 이용 효율성 저해 △쓰레기 무단 투기 등 주변 생활환경 악화 △범죄·탈선 유발하는 우범지대 전락 가능성 △화재 위험성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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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개념은 주택정책과도 맞물려 = 그런데 각종 기관 보고서는 '전국 빈집 100만 호 넘어서'와 같은 내용을 쏟아내고 있다. 경남지역 역시 10만 호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빈집은 미분양, 일시적 비주거, 이사에 따른 공백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빈집 역시 이 개념에 해당한다. 통계청은 지난 2015년 말 기준으로 전체 가구 20%를 표본조사해서 산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경남지역 빈집은 9만 8680호다. 도내 전체 주택의 5.2%에 해당하는 수치다.

사유는 △매매임대 이사 3만 8171호 △일시적 이용 3만 2877호 △미분양 미입주 1만 4346호 △폐가 8142호 △영업용 이용 2654호 △수리 중 1773호 등이다. 그런데 1년 미만 비거주를 제외하더라도 3만 2830호나 된다. 경남도 통계보다 5배가량 많은 수치다. 어느 쪽 통계 신뢰 여부를 떠나, 현황 파악조차 아직 들쭉날쭉한 단계임을 알 수 있다. 1년 이상 비거주 유형별로는 △단독주택 2만 3573호 △아파트 6967호 △다가구 주택 982호 △비거주용 건물 내 주택 716호 △연립주택 592호다.

통계청 자료가 포함하고 있는 빈집 현황 역시 시사점을 안기고 있다. 이는 전체 주택정책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즉, 빈집은 늘어나는데 건설업계는 끊임없이 새집을 지어 공급하는 불균형이다. 경남은 지난 2015년 전체 빈집이 9만 8680호나 됐음에도 신규주택 인허가를 4만 5325건이나 했다.

이 때문에 일본 같은 나라는 도심 공동화 현상에 따른 빈집 문제를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

정상철 창신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듯, 우리나라도 지자체에서 남은 집을 사들여 서민·신혼부부에게 임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2050년 전국 빈집 수는 300만 호를 넘어설 것이다. 전체 10채 가운데 1채가 빈집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남은 전체 주택 215만 호 가운데 11.5%에 해당하는 24만 7000호가 빈집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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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현 경기연구원 공감도시연구실 연구위원은 "전체 주택 대비 빈집 수는 농어촌 지역이 높다. 하지만 면적 대비 빈집 수는 도심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는 공급과잉에 따른 아파트 미분양, 노후 도심 뉴타운지역 해제, 도시산업구조 변화 등에 기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빈집 형성 과정은 곧 도시개발 과정에 따른 지역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근거다. 이에 따른 철저한 조사는 곧 지역을 이해하고 추후 지역 계획에 밑거름이 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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