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극혜애정다(歡樂極兮哀情多'.

성석제의 소설에서 만난 글귀. 한 무제가 지은 추풍사(秋風辭)의 한 구절이다.

환락이 절정에 이르자 오히려 슬픔의 정이 몸에 스민다, 고 성석제는 풀이한다.

지금보다 훨씬 젊은 한때 연인과 사랑을 나누고 나면 자주 지독한 허무에 시달렸다.

그건 후회나 죄책감과는 다른, 일종의 슬픔 같은 것이었다. 연인은 아름답고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래서 더욱 허무한 슬픔이 의아했다.

무제의 추풍사는 이렇게 끝난다.

'소장기시혜내로하(小壯幾時兮柰老何)'.

아아 젊은 날이 얼마나 되는가 늙어감을 어찌할 수 없구나.

어쩌면 나는 그때 우리의 젊음을, 영원히 붙잡을 수 없는 그 순간을, 슬퍼했는지도 모른다.

젊음은 저축하는 게 아니다. 아끼고 아꼈다 나중에 쓰는 것도 아니다.

젊음은 지금이고 바로 여기다. 그래서 당신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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