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쯤 되었을까? 동네 주점에서 아는 형님들이 열 올리며 말씀을 나누고 계셨다. 그중 한 분은 우리 동네 ○○○협의회장님이고 한 분은 ○○○교장선생님이고 또 한 분은 ○○○위원장님이었다. 워낙 열띤 토론이어서 옆 좌석까지 소리가 다 들렸다. 요는 당시 민주노총이 너무한다는 것이었다. 툭하면 데모나 하고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주의 집단이라는 것이었다. 그분들이 나를 부르셨다. "박 회장~ 이리 좀 와보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분들 좌석으로 불려간 나는 조용하게 말씀드렸다. "형님!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죠?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데, 시장경제가 잘 돌려면 소비가 잘 이루어져야죠? 그럼 소비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이 안정되어야 하고 소득이 높아져야 하지 않겠어요? 어쩌면 민주노총은 자본주의 경제제도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지난 12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 47주기를 맞아 전국에서 5만여 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서울시청 주변을 가득 메웠다.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 할 권리와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분신한 열사의 외침이 반세기를 거듭 도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하다. 특수고용노동자, 공무원, 교직원을 비롯하여 아직도 노동3권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수백만에 이르고, 비정규직은 이미 1000만을 넘어섰다. 건설노동자는 30미터 광고탑에, 금속노동자는 75미터 높이 굴뚝에 올라 노동악법 철폐를 외치며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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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시장에 나가보면 이구동성으로 경제를 걱정한다. 모두 지갑을 닫고 있다. 1300조가 넘는 가계부채와 고용불안, 실질소득 감소가 빚은 결과다. 올 들어 가장 추웠던 몇 날 전 동네 방범활동을 마치고 대원들끼리 언 손을 녹이고자 주점에 들렀다. 대화 도중 최저임금 일만 원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일만 원으로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기업은 다 망한다는 논리가 다수였다. 마치 10년 전 그때의 일이 되풀이되는 듯하였다. 논쟁에 끼어들면서 지론을 이야기했다. "최저임금이 일만 원으로 인상되어도 월 209만 원 수준이야. 주52시간 법정 최고시간 노동을 했을 때 287만 원이지. 이 정도는 되어야 시장바구니도 채우고 아이들 공부도 시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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