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공상만화 요즘 과학과 유사
융합에 의한 기술혁명 선택 아닌 필수

필자는 70년대에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지금은 스마트폰 및 인터넷을 통해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많지만 필자의 유년시절엔 만화책 읽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연날리기 등 몇몇 놀이가 있었을 뿐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필자는 동네에 있는 작은 만홧가게로 달려갔다. 특히, 겨울철에는 내 또래의 아이들이 만홧가게로 모여들었는데 아마도 난로의 따뜻한 열기와 오래된 만화책의 정겨운 냄새, 그리고 밀폐된 자그마한 공간이 제공하는 특유의 아늑함 때문이었으리라.

필자는 주로 공상과학(SF) 만화를 즐겨 읽었다. 그 시절에 읽었던 만화 중에 필자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장면이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화려한 고층건물 사이로 상하좌우 일정간격을 유지하며 충돌없이 자유롭게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작은 비행체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드론' 혹은 '자율주행자동차'로 간주해도 무방할 듯하다. 또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필자의 유년시절엔 (흑백)TV가 매우 귀해서 동네의 한두 집에서만 볼 수 있었고 애니메이션 만화가 방영되는 날에는 동네 아이들 모두가 그 집으로 달려갔다. 그 시절에 꽤 유행했던 애니메이션으로 <우주소년 아톰>과 <마징가Z>가 있었는데, 주인공 로봇이 악당로봇을 무찌르는 데 사용한 기술이 오늘날 연구되고 있는 기술을 예견한 것 같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톰은 '십만 마력'의 엄청난 파워 및 슈퍼컴퓨터로 이루어진 '전자두뇌'를 사용했고, 마징가Z의 경우 가슴의 V형 장치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빛과 로켓주먹으로 악당 로봇을 무찔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마징가Z가 악당을 물리칠 때 흘러나오는 응원가 중에 '인조인간 로봇 마징가Z'이란 가사다. 인조인간 로봇은 말 그대로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과 유사한 지능을 보유한 로봇으로 생각할 수 있어서 최근에 데이비드 핸슨 박사에 의해 개발되어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Sophia)'를 연상케 한다. 소피아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인간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고 인간의 감정 가운데 62가지를 표현할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인간과의 대화가 가능하여 UN 행사에도 참여했다. 현대기술의 발전 속도로 미루어 볼 때 인간과 거의 대등한 인조인간이 가까운 장래에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유년시절에 보았던 공상과학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배경무대는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21세기 미래사회였다. 그 시절 공상과학에서 표현했던 기술을 곱씹어 보면 요즘 세간의 화두가 된 '제4차 산업혁명' 트렌드인 드론,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은 미래사회를 제4차 산업혁명시대로 주창하였다. 이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과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기술 등에 기반한 가상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에 NT 및 BT 등 의 기술이 융합, 정보통신기술인 ICT로 초연결된 혁신적이며 와해적 기술시대로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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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적 발전 특성을 보이는 기존 기술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의 융합기술은 수명주기가 매우 짧고, 융합에 의한 급격한 진화로 비선형적 특성을 보여 기술예측이 어렵고 격차를 해소하기가 녹록지 않다. 더욱이 와해적이며 혁신적인 기술 특성을 감안할 때 승자독식의 경제구조가 한층 더 강화되어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매우 커서 이전의 산업혁명에서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카오스(Chaos)의 시대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4차 산업혁명 준비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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