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부장, 학부모에 문자발송 지시…도교육청, 감찰담당관 등 대책 시행
울산에 이어 경남에서도 포항 지진 때 대피 상황에서 비정규직만 학교 건물에 남겨놓고 학부모에게 비상연락을 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이하 학비노조)는 22일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안에서 만연한 차별과 갑질 문제를 이제는 수면 위로 꺼내 경남도교육청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급식소를 식당쯤으로 여기는 교직원 = 15일 김해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학교 교무부장은 교사·학생 대피 상황에서 교무행정원만 교무실로 보내 문자 발송 등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대피 매뉴얼에도 교무실무원은 교무실에 남아서 업무를 봐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앞서 울산에서도 지진으로 학교가 흔들려 교직원과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했는데, 유독 학교비정규직인 교무행정원만 교무실에 남아 학부모에게 대피 상황 문자를 보내고 민원 전화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었다.
학비노조는 '학교 내 갑질 문화' 대표 사례로 부당노동행위를 꼽았다. 지난 6월 학교비정규직 총파업 당시 창원 한 학교장은 비정규직 조합원이 허락을 받지 않고 파업에 참여했다며 결근 처리해 징계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조인환 학비노조 조직국장은 "위력행사를 하고자 사업장을 철수할 때 통보 의무는 없다. 하지만, 학교라는 특수성 때문에 학교에 파업 참가 여부는 알린 상태였다"며 "학교장이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쟁의 행위 참여'가 결근이 됐다. 결근이 반복되면 징계 처리되기 때문에 이는 법이 보장하는 노동자 쟁의권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학비노조는 학교급식소에서 음식 주문하듯 밥상을 따로따로 내어오라고 요구하거나, 아이들 식단 준비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과도한 추가 음식을 요구하는 등 학교 기본방향 등 관련 규정을 어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 '2017학년도 학교급식기본 방향'에는 교직원만을 위한 반찬 제공을 금지하게 돼 있다.
조 국장은 "아이들과 어른 입맛이 달라 쌈·채소 정도는 추가할 수 있지만 요리메뉴는 아이들 급식에 쏟아야 할 노동시간이 분산되므로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매번 식후에 누룽지를 요구하는 학교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과 갑질 종착지는 언제나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 교직원 갑질 예방·근절 대책 마련 = 지난 8월 박찬주 육군 대장의 공관병 갑질 횡포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공직사회 전체를 점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교육부는 9월 17개 시·도교육청에 '갑질행태 근절을 위한 기관별 자체 근절대책 마련 등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도교육청은 학비노조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21일 도교육청 공무원·직원과 사립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직원을 적용 범위로 한 '교직원 갑질 행위 예방·근절 추진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는 △갑질 상담 창구 설치 △갑질 행태 상시 접수·점검·처분하는 전담 감찰 담당관 지정 △내부 신고 시스템 구축 △불시 감찰 등 자체 점검 강화 △가해자 인사 조치 강화 등이 담겼다. 또 부서장과 학교장을 대상으로 매년 1회 이상 갑질 행위 예방 교직원 연수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