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혁신, 눈이 반짝인다] (4) 수업 고민 나누는 교사들
교습 고민 공유 '수업비담', '학생 중심'의 교육 본질 토론
해결책 모색하며 자기성찰 의식 변화서 '수업 변화'로

과학 시간 똑같은 재료로 수업을 해도 똑같은 수업은 없다. 반마다 다르고 두 번을 반복해도 다르다. 기계가 아닌 다양한 사고를 지닌 학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수업은 무엇이며, 수업 혁신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아이를 갖고부터 어머니가 되듯이 교사는 학생을 만나면서 교사가 된다. 그렇기에 좋은 교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교사 집단에서 단련되며 동료와 동반 성장하는 가운데 만들어진다고 믿는 교사 3명이 최근 책을 냈다. <수업 고민, 비우고 담다>(김명숙 송주희 이소영 지음·맘에드림 출판)는 수업 혁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교사라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결과물이다. 각자 수업 고민을 비우고 담는 협의회인 '수업비담' 현장을 들여다봤다.

◇수업, 무엇을 보고 있나 = 공개수업과 수업연구회는 전국 일반학교로 확산한 혁신학교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공개수업은 모처럼 교실을 열어 '손님'을 맞는 행사인 만큼 일상 수업을 그대로 보여주는 교사는 거의 없다. 참관자들이 주로 주목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활동과 자료에 그치고 수업의 주인공인 아이들은 조연 역할에 머물게 된다. 세 교사는 이러한 '건강한 회의감'을 솔직하게 제기한다.

<수업 고민, 비우고 담다>를 발간한 (앞줄 책 든 왼쪽 사람부터) 김명숙·송주희·이소영 교사. /이혜영 기자

김명숙(43·진해신항초) 교사는 "전통적 수업 평가는 교사의 가르치는 행동을 관찰한다. 수업보기와 수업하기는 필연적으로 따르는 활동인데, 수업하기 변화는 결국 수업보기 변화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을 보는가의 문제는 수업을 바꾸는 중대한 열쇠가 된다. 수업비담은 수업에서 학생이 무엇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학생에게 그 수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 학생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 한다는 점에서 다른 수업보기와 큰 차이가 있다. 수업을 평가의 시선이 아닌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교사는 더 편안하게 수업을 공개할 수 있다.

단, 수업비담 약속이 있다. △모두 발언한다 △한 사람이 2분 이상 말하지 않는다 △수업 교사에게 직접 질문하지 않는다 △수업교사는 말을 아끼고 듣기에 집중한다 △협의회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등이다.

◇고민 비우고 담기 들여다보니 = 수업비담은 공개수업과 수업협의회가 함께 연결돼 120분간 진행된다. 공개수업은 꾸미지 않은 일상 수업으로, 동영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0월 25일 창원 제황초교에서 열린 16회 수업비담협의회를 참관했다. '성을 바라보는 미래교육은?'이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다. 수업 단원 중 가족, 성역할 변화, 인구 구성, 소수자 이야기가 나왔다.

40분간 제황초교 4학년 수업보기가 끝나자 모든 참관 교사는 5분간 수업과 교사의 장점을 한 문장으로 간략히 말했다. 협의회 온도를 올려 칭찬으로 안전지대를 만드는 장치다. "아이들이 자유로우면서도 질서 있게 움직이고 있다", "교사 언어가 단호하면서도 긍정적인 발문이 많다" 등 칭찬은 구체적이다.

'수업비담'에 참여한 교사들이 수업 고민을 나누고 있다.

이후 20분은 수업에서 각자 다양한 시선으로 관찰한 것을 나눈다. 이후 활동이 눈길을 끈다. '누가, 왜, 무엇을, 어떻게' 4가지로 구분해 적고 기록한다. 칠판에 가득 채워진 것 중 비슷한 주제를 묶어 토의 논점을 잡는다.

칠판 가득하게 △'안 듣는 아이들 말 많은 아이 어떤 아이들이 더 잘 자랄까'·'교사는 아이들 성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누가) △'성을 바라보는 미래 교육은'(왜) △'성역할과 성차별은 비슷한 개념인가'·'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수업에서 교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무엇을) △'수업에서 알게 된 개인정보 처리 방법'·'교사의 많은 자료준비가 도움되는 경우와 방해가 되는 경우'(어떻게) 등 교사들 고민이 적혔다.

△수업자 : "남자애들이 동성애에 더 관심이 있지만 성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참관자 1 : "성 역할 구분은 관습과 부모 양육 태도가 큰 영향 미친다. 학교에서도 양성 평등 수업 개념이 서 있지 않고 사회적 합의도 없다."

△참관자 2 : "독일은 3가지 성인식 체크난이 있다. 개인적인 부분에 공교육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나?"

△참관자 3 : "차이 있지만 차별 있으면 안 된다. 차별 없는 세상은 너무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결국, 우리 잣대는 인권으로 접근해야 한다."

△참관자 4 : "6학년 여학생은 화장에 민감하고 '여자는 예뻐야 하고 가꿔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 성에 대한 이야기를 떠나 너희 몸이 소중하다고 지도해야 한다."

△참관자 5 :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과 소통하려면 교사 스스로 페미니즘, 여성 인권 등 인문학적 소양을 닦아야 한다. 교사가 철학과 가치관이 확실해야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다."

교사들 고민에서 알 수 있듯 수업비담 목적은 수업을 평가하거나 컨설팅을 해주는 것이 아니다. 동료 수업을 통해 각자 수업 고민을 나누고 해결 방법을 함께 모색하며 과정에서 자기성찰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수업비담' 효과는 = 아이함께연구회(경남협동학습연구회)에서 활동하는 김명숙, 송주희(44·제황초), 이소영(41·제황초) 교사는 15년째 수업 연구와 실천을 나누고 있다. 2015년 <내일 수업 어떻게 하지?>를 함께 발간하기도 했다.

송 교사는 "경력 20년 차 교사가 됐지만 3년 차 때 수업보다 더 잘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바뀌는 교육과정과 달라지는 아이들에 맞춰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열정도 점점 한계에 부딪힌다. 잠시 멈추고, 나와 내 수업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했다. 그 일을 혼자서는 할 수 없었다"고 수업비담 배경을 설명했다.

경남 각지 교사 8명이 모여 자연스럽게 수업 대화 약속 몇 가지를 정하고 절차와 단계도 만들어 수업 나눔을 시작했다.

창원·김해·진주 등 10개 지부 회원들에게 퍼져나가 지금까지 그들이 속한 학교, 수업 동아리에서 새로운 수업 나눔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부터 3년간 100회 이상 진행한 수업비담 경험이 이번에 출간한 책에 담겼다.

이 교사는 "수업비담 하면서 교사들은 힐링이 됐다, 우리 반 아이들도 같구나, 내 수업도 공개하고 싶다, 이런 방법이면 매주 해도 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나눔으로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교사 의식 변화는 수업 변화로 바뀐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행복한 학교'가 되려면 "왜 가르치고 있지?", "왜 이런 활동을 하지?" 같은 물음과 철학으로 이어져 교육 본질인 학생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업 혁신은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같은 고민을 하는 교사들의 동반 성장이 수업 혁신의 밑거름이 된다. 세 교사는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 똑똑한 '내'가 모여 따뜻한 '우리'가 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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