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과 해양플랜트 산업의 운명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관련 산업의 대규모 국가산단이 예정대로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중앙산업단지계획심의회가 본격적인 회의절차에 들어가면서 조건부 승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즉,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조성 계획의 심의가 통과될 개연성이 많아 보인다. 해양플랜트 기자재 모듈 생산단지를 조성하려고 거제시 사등면 사곡만 일원 약 500만㎡(151만 평, 육지부 184만㎡·해면부 316만㎡) 규모를 매립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진행은 특수목적법인(SPC)인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주식회사를 설립해서 민간투자 방식으로 진행하여 2022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총사업비 1조 7939억 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토목사업을 거제시나 토건업 쪽에서는 쉽게 포기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조선업이 거의 파산 직전에까지 이른 거제시 입장에선 토목경기라도 살려서 지역경제의 순환에 숨구멍이라도 만들어 보고 싶을 수 있다. 또한, 당장 일거리를 걱정하는 토건업계에선 초대형 토목사업을 피하고 부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사곡만 매립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은 이런 식의 초대형 토목사업을 이해하기가 정말 곤란하다.

조선업의 앞날이 불투명한 현실에서 미래투자의 하나로 초대형 국가산단을 조성해야 한다는 건 정말 설득력이 낮다. 업계 경기가 정말 바닥을 칠만큼 형편없는 현재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주먹구구식의 전망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전망 제시가 있어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 없이는 기업 운명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조선소들을 방치한 채 말 많고 탈 많은 해양플랜트 산업에 투자할 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중앙정부는 이 사업의 업무 처리를 절차적이고 기능적으로만 진행하지 않아야 한다. 즉, 산단 건설 사업을 기능적으로 보아서 승인할 수도 있지만 결과에 대해선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해 토목업계와 조선업계의 이해관계는 처음부터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종합적인 안목을 가져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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