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십시일반 청소원에게까지 선물
경험·기량 후배 선수에 아낌없이 전수

경남FC가 2부리그인 챌린지로 강등된 지 3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1부리그인 클래식 승격을 이뤄냈다. 올해 경남 체육계가 이룬 여러 성과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힐 만큼 장한 일이다.

20일 열린 K리그 어워드 챌린지에서 경남이 상을 휩쓸었다. 김종부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고 말컹은 MVP와 득점왕, 베스트11에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또 베스트 일레븐에는 골키퍼 이범수를 비롯해 최재수, 박지수, 이반, 우주성, 정원진, 배기종, 말컹 등 8명이 뽑히면서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선수들을 축하해줬다.

이런 성과를 올린 원천이 무엇이었는지는 보는 사람이나 위치에 따라 여럿 있을 수 있다. 혹자는 김종부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을 꼽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구단 프런트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 조기호 대표이사의 리더십을 얘기하기도 한다.

1인 다역을 마다치 않고 묵묵히 맡은 일을 해준, 다른 구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9명의 프런트도 크게 이바지했다. 심지어 함안에 있는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이 편안하게, 건강하게 운동과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 요리원, 청소원들까지 모두 제구실을 다 해준 덕분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는 밖으로 알려진, 또는 누구나 추측해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가슴 뭉클한 일도 큰 힘이 됐다. 지난 추석을 앞두고 선수단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클럽하우스에서 청소하고 빨래해주는 분과 식사 제공해주는 사람들에게 상품권을 선물로 돌렸다. 프런트에서 고생한다고 직원들에게도 선물을 돌렸다.

그뿐이 아니다. 승리수당은 출전 선수에게 실제 뛴 시간에 비례해 지급한다. 때때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구단이 이른바 '베팅'을 한다.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승리수당을 2배로 지급한다는 등이다. 이럴 때는 승리수당에서 조금씩 떼어내 2군에서 훈련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나눠주기도 했다. 금액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어린 선수들은 '형들이 우리를 이처럼 아껴주는구나' 하는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올 시즌 경남 마크를 달고 뛴 선수는 모두 39명이다. 이 중에는 다른 구단에서 임대해 온 선수도 있고, 아직 어리거나 기량이 못 미쳐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 선수도 있다. 이 모든 선수가 혼연일체로 움직인 '형님' 리더십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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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잉코치를 하다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진경선이 37세로 맏형이다. 다음으로 조병국이 36세, 역시 은퇴한 김진용이 35세, 최재수·배기종은 34세다. 30대가 11명에 이른다. 반면 박영수·윤종규·김의원은 19세로 진경선과 18살 차이가 난다. 흔히 축구계에서는 경남을 두고 '신구 조화가 빼어나다'고 평한다.

그런 조화 속에서 형들은 아우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기량을 전수해주고, 아우들은 그런 형을 믿고 따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그라운드에서 얻은 성적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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