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지반 2차 피해 가능성…김영석 부경대 교수 "액상화 지도 제작 시급"

바다를 낀 지역과 매립지가 많은 경남지역이 지진 2차 피해인 액상화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지진 발생 후 진앙 인근에서 액상화 현상이 200여 곳에서 발견됐다. 액상화와 관련해 정부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기상청 공동으로 '액상화 전담 조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액상화는 지진 후 인근 지역 지반이 내려앉거나 땅이 물렁물렁해지는 것을 말하는데 매립지 등 연약지반이 많은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땅이 물렁물렁해진 뒤에는 건물이 기울어지거나 넘어지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2017112000338_9.jpg
▲ 포항 지진 현장에는 액상화로 모래가 솟구치며 원형의 작은 모래 산들이 남아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 액상화 피해는 지난 1964년 일본 니가타 현에서 발생한 규모 7.5 지진과 규모 9.2 미국 알래스카 지진 때 발생했다. 두 지역은 액상화로 지반이 무너져 아파트가 통째로 쓰러지고, 지반 아래에 있던 수도관 등 구조물이 지상으로 솟구치기도 했다.

포항에서 액상화 현장을 확인한 김영석(대한지질학회 구조지질분과위원장)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일본과 미국에서 일어난 액상화 현상 등이 경남지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이유는 경남지역이 액상화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적 특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매립지나 낙동강 하구 쪽, 항만 쪽은 퇴적물이 많아 위험하다. 그렇게 보면 경남과 부산은 지진 2차 피해인 액상화가 일어날 수 있는 요소를 다 갖춘 것"이라며 "포항 지진이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에 포항 지역에서만 나타났지 규모가 좀 더 컸더라면 경남과 부산에서도 액상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논·해안·하천을 흙으로 메운 모래지반이나 충적층, 얕은 지하수, 큰 지진 등 3가지 요인이 갖춰졌을 때 액상화가 발생한다. 경남지역과 부산은 매립지가 많거나 바다를 낀 지역, 충적층이 많아 액상화 현상이 일어나기 쉬운 지역이다.

특히 액상화는 지진과 달리 매우 넓은 범위에서 발생할 수 있어 2차 피해가 클 수 있다. 김 교수는 "서울이나 경기도 파주시에서 규모 6.5 지진이 발생해도 경남, 부산 지역에서는 액상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보고서가 있다. 무엇보다 액상화는 내진설계를 강하게 해도 피할 수 없어 건축물을 지을 때 지반 자체를 튼튼하게 하지 않는 한 피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토지 액상화 위험도를 표시한 액상화 지도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지역별 위험도를 5단계로 나눠 표시하고, 액상화 과거 이력도 포함한다. 건설업계도 액상화 피해를 줄이려 땅속에 파이프를 묻어 지하수를 빼내거나, 격자형 콘크리트벽을 메우는 공법을 개발해 위험도를 낮추고 있다.

따라서 지진에 대비한 단층 지도뿐만 아니라 국내 연약지반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담은 액상화 지도 제작도 시급하다. 김 교수는 "단층 지도가 지진 1차 피해가 클 것인지를 확인하고 예방할 수 있는 주요 단서라면 액상화 지도는 지진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지역이 어디인지를 파악할 수 있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을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