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분담비율 합의' 의식 경발연 채용 비리 의혹 제기…도농기원 이전 제동도 '눈길'

올해 경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지난 8일부터 21일까지 14일간 일정을 모두 마쳤다.

대선 출마로 사퇴한 홍준표 전 도지사에 이어 문재인 정부 인사로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이 들어온 만큼 이번 행감이 자칫 정쟁(政爭)의 장이 되지 않느냐는 시각이 있었다. 아울러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제10대 도의회 마지막 행감이라는 점에서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의를 통한 이름값 높이기도 기대됐다.

하지만 이번 행감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 '날카로움은 덜하나 정쟁 우려 속 정책 감사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도 빛난 농해수위 = 지난해 예상원(자유한국당·밀양2) 의원을 후반기 위원장으로 맞은 이후 농해수위는 전문성이 한층 강화됐다. 농·생명 관련업체에 근무한 경험을 지닌 예 위원장, 수산전문가 김윤근(한국당·통영1) 전 의장 등이 포진한 농해수위는 위원 9명의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한 가지 사안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정책 변화를 이끄는 힘을 보여줬다.

지난해 농업회사 법인 조이팜 국·도비 이중 지원 문제, 이순신장군배 요트대회 사망 사고로 드러난 도의 안이한 행정과 부적절한 예산 집행 등을 파헤친 농해수위는 이번에 경남도농업기술원 이전 예정지 부적합 문제에 집중했다. 행감 전 예정지를 방문해 굴착 조사를 하는 등 그동안 축적해 온 자료에 더한 실증으로 집행기관 논리를 무력화했다.

위원 전원이 한국당 소속이고 도농기원 이전이 홍 전 지사 정책 결정인 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남 농정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바꿀 건 바꿔야 한다'는 소신이었다. 농해수위는 이 밖에도 도가 산정한 귀농·귀촌 인구 통계 허구성, 부실한 통계에 근거한 농정 사례 등을 조목조목 짚어 집행부를 긴장하게 했다.

◇눈에 띈 류경완·여영국 공조 = 경제환경위원회는 이번 행감에서 단연 주목받았다.

홍 전 지사가 추진한 경남 미래 50년 사업 관련 핵심 부서가 몰린 까닭이다. 전체 14개 출자·출연기관 중 6개가 경제환경위 소관이기도 했다.

그만큼 전임 지사와 현 도지사 권한대행 간 연결 고리가 커 다소 간 정쟁이 벌어질 소지가 다분했다. 예의 시각은 정책 대결 양상으로 흘렀다.

한국당 의원은 한경호 대행 체제 출범 후 전임 지사가 임명한 출자·출연기관장 솎아내기에 초점을 맞춰 특정 감사 등 과정상 정치적 의도 부각에 힘썼다. 기획행정위 소관 도 감사관까지 불러 증인 신문을 했다. 의도한바 성과를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치적 변화가 조직 내 동요와 정책 연속성 저해를 일으켜선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반대로 류경완(더불어민주당·남해)·여영국(정의당·창원5) 의원은 홍 전 지사 시절 추진된 정책 결정의 불합리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먼저 홍 전 지사가 추진한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 조성사업을 두고는 무용론과 그 대안을 제시했다. 경남 로봇산업 진흥담당 기관을 경남로봇랜드재단-경남테크노파크로 이원화한 홍 전 지사 결정을 두고는 안상수 창원시장과 불화에 따른 근시안적 행정이었음을 짚었다.

이들은 두 사안과 관련해 맥락은 비슷하지만 결이 다른 질의를 해 마치 사전에 짠 듯한 호흡으로 집행부를 긴장시켰다. 류 의원은 행감 전 여 의원과 사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 다만, 서로 관심 사안이 같았을 뿐"이라고 공조 사실을 부인했다.

◇"한국당을 구하라" = 도의회 90%를 차지하는 한국당 의원은 행감을 앞두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도청-도교육청 무상급식 분담 비율 합의로 말미암은 '무능론'이 불어닥친 탓이다. 이를 만회하려는 한국당 의원의 노력도 눈에 띄었다.

천영기(한국당·통영2) 의원은 홍 전 지사 시절 경남발전연구원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질의를 펼쳤다. 도의 출자·출연기관장 사의 종용 의혹과는 별개로 '짚을 건 짚어야 한다'는 소신이었다. 채용 비리가 명확히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부적절한 채용 관행이 도 기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교육위 소속 한국당 의원은 철저한 자료 조사와 날카로운 질의로 도교육청을 곤경에 빠뜨렸다.

학교급식 종사 비정규직 노동자 밥값 문제와 관련해 도교육청과 학교 비정규직 노조 간 '별도 합의서' 존재를 밝혀낸 것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 비정규직 밥값 지급 예산 추경 삭감 때마다 그동안 도의회로 쏟아진 비난을 일부 상쇄시킨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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