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회가 정부의 지방분권 의지에 발맞춰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에 의회사무처가 나설 것을 주문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법상 집행(행정)기관과 지방의회 간 '기관 대립형'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 인사권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전적으로 집행기관이 쥐고 있어 실질적인 3권 분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국회는 국회의장이 사무처 등 직원 인사를 하도록 돼 있어 헌법 질서에 맞게 민주적 체계가 갖춰져 있다.

20일 열린 도 의회사무처 대상 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같은 구조 개혁에 도의원뿐만 아니라 의회사무처도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판용(자유한국당·창원12) 의원은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도 벌써 수십 년이 지났으나 아직 도의회 의회사무처는 집행기관에 종속된 구조를 바꿔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국 광역, 시·군의회 운영위원장들도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을 요청했으나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등 '말로만 지방분권 시대'를 지속하고 있다"고 짚었다.

정 의원은 "현재 도의회에는 의회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처장부터 도청에서 임명을 받은 공무원"이라며 "인사권이 독립돼 사무처장부터 개방직, 계약직 인사를 고용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의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에 "도의회 사무처가 직접 나서 국회를 방문해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을 건의하거나 도내 국회의원을 통해 의지를 전달하라"고 주문했다.

천영기(한국당·통영2) 위원장은 "도청 공무원 대비 의회사무처 직원들은 근무평정과 승진 등에 다소 불이익을 받는 등 집행기관 내부로도 현재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 않느냐"며 "이런 부분들을 종합 고려해 도의회 사무처가 앞장서 인사권 독립 등 지방분권 시대에 맞는 의회상 정립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회사무처가 집행 기관 소속 공무원들로 채워진 데 따른 폐해 사례도 이날 행감 과정에서 나왔다.

전현숙(국민의당·비례) 의원은 "도청이든 도의회 사무처든 질문서 등을 작성해 서면으로 자료 요청을 하면 간단하게 작성해 줘도 될 문서가 규정에 맞춰 제때 도착하는 경우가 잘 없다"면서 "그동안 요청한 자료 중에 제 손에 들어오지 않은 사례가 몇 건 된다. 자료 요구와 관련해 도의회 사무처 직원에게 진행 상황을 물었을 때 아주 불쾌한 어투로 왜 요구하는지 따지듯 묻는 사례도 겪었는데 이는 의회 기능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일"이라고 짚었다.

김석기 도의회 사무처장은 이 같은 건의와 지적에 "인사권 독립 문제는 3권 분립 취지와도 맞는 일이기도 하니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 "국회 방문과 건의서 전달 등 도의회 사무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의원들 말씀이 반영되는 길을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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