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이 고수였지' 맛으로 소통하기
김해문화재단 '무지개다리 사업' 태국편
달콤 '꾸어이띠아오'·상큼 '팟시유'로 문화공감

김해 서상동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낯선 언어와 아시아 국기들로 뽐낸 간판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14일 오후 1시 서상동 다문화 카페 통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김해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소소한 식탁'에 참여한 시민들이다.

김해문화재단은 음식으로 문화 다양성 가치를 공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오는 30일까지 매주 화·목요일 김해 원도심에 터를 잡은 여러 국적 음식점을 방문해 밥을 먹고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행사를 연다. 14일 첫날은 태국편이었다. 모두 카페 통에서 나와 '란콘므엉'으로 향했다. 란콘므엉은 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다. 가게로 들어서자 공기부터 다르다.

낯선 향신료 향이 온 가게를 뒤덮고 있다. 불상과 부처를 그린 그림들이 곳곳에 있고 스님 사진도 여기저기 붙어 있다. 태국 전통의상을 입은 인형과 복과 행운을 바라는 여러 장식품이 휘황찬란하다. 가게 안쪽에는 식사하러 온 현지인과 태국 스님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국물이 있는 꾸어이띠아오.

니라몰(41) 씨가 요리를 내왔다. 니라몰은 주인장이 아니다. 소소한 식탁을 위해 일일 도우미로 나선 이웃이란다. 올해 소소한 식탁은 면 요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태국 대표 요리는 '꾸어이띠아오'와 '팟시유'다. 식탁마다 푸짐하게 올려졌다.

"꾸어이띠아오는 국물이 있고, 팟시유는 볶음요리예요. 꾸어이띠아오는 국물이 두 가지예요. 오늘 소개할 음식은 채소 국물로 만든 거예요. 우리는 파치(고수)를 넣어 먹어요. 팟시유는 채소, 달걀, 고기를 볶아 먹는 요리예요. 중국의 '차꿔띠워오'와 비슷합니다."

맑은 노란 육수에 투명한 쌀국수로 맛을 낸 꾸어이띠아오는 달콤했다. 살짝 익힌 케일과 숙주나물이 부드러운 국수와 함께 씹히며 아삭거렸다. 돼지고기를 작게 다져 튀겨낸 고명은 씹는 맛을 더했다. 쇠고기뭇국처럼 느껴졌다.

"노천식당에서 값싸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에요. 태국 사람들은 간단한 외식 메뉴로 즐겨 찾아요."

니라몰이 꾸어이띠아오를 설명했다. 이어 팟시유와 테이블마다 올려진 여러 소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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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볶음요리 팟시유,

"콩가루, 설탕, 고춧가루를 섞어 팟시유에 올려 먹어보세요."

팟시유는 짭짤하면서 상큼한 쌀국수였다. 바지락 소스로 맛을 내 해물 특유의 깔끔함과 감칠맛이 살아 있었다. 니라몰의 권유대로 여러 소스를 뿌려 맛봤다. 짠맛이 중화되면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칼칼함이 생겼다.

"팟시유는 중국 영향을 받은 음식이에요. 태국은 여러 나라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태국화시켰답니다. 우리는 반찬이 따로 없어요. 한국과 다르게 숙주나물을 생으로 먹고, 케일을 쌈채소가 아니라 볶음

채소로 써요. 파치(고수)는 꼭 넣지요."

여기저기서 고수를 맛보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 란콘므엉은 소소한 식탁 참가자들이 거부감 없이 음식을 맛볼 수 있게 일부러 고수를 넣지 않았다.

"아~ 이 맛이 고수였지."

소소한 식탁 모습. 참가자들이 맛을 보고 있다.

한 잎씩 뜯어 맛을 본 참가자들이 하나같이 탄성을 질렀다.

"태국 파치(고수)는 잎이 더 커요. 그런데 한국에서 재배하는 것은 잎이 작습니다. 근처에서 태국인이 농사를 지어요. 그분한테서 파치(고수)를 가져와 요리해요. 만약 파치(고수)가 싫으면 '마이 싸이 파치'라고 말하면 됩니다."

참가자들은 한국 음식보다 비교적 짜고 단 면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저마다 그릇을 비웠다. 니라몰은 태국은 식후 커피 문화나 차를 마시는 게 일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대신 타마린드 열매를 내놓았다. 태국 동부지역에서 자라는 타마린드는 콩껍질처럼 생긴 열매를 맺는다. 설탕에 버무려 먹는데 시큼하면서 달콤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매실과 비슷했다.

"자 일어나볼까요? 제가 끌롱야오(춤)를 선보일게요."

추타이를 입은 니라몰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섬세한 손짓을 했다. 참가자들도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으고 이리저리 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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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몰 씨가 태국 전통의상을 입고 춤을 추고 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꾸어이띠아오 5000원 △팟시유 7000원 △똠양꿍 1만 원

◇위치: 김해시 가락로 94번길 5-7(서상동 25-17)

◇전화: 055-337-2066.

<소소한 식탁> 

◇진행기간: 11월 30일까지 매주 화·목요일 오후 1시

◇진행장소: 김해 글로벌 푸드타운 일대

◇문의: 055-320-1295.

경남도민일보 '경남맛집'은 취재 시 음식값을 모두 지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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