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여파 추정 … 진주시, 차단 총력 "날씨 추워져 줄어들 것"

서부경남 100만 주민의 식수원인 진양호에 때아닌 녹조가 대량으로 발생한 데다 조류 경보 '경계' 단계까지 발령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는 녹조가 가을철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 이상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일 취수구가 있는 내동과 판문지점에 조류 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7·8월 관심단계 발령 후 두 달여 만에 경계로 상향한 것이다.

내동지점은 남조류의 개체수가 지난 10월 30일 3만3609cells/㎖, 11월 6일 5만218cells/㎖, 8일 5만4230cells/㎖로 집계됐다. 판문지점은 10월 30일 2만7132cells/㎖, 11월 6일 1만8190cells/㎖, 8일 7497cells/㎖ 등으로 집계됐다.

조류경보는 관심, 경계(1만cells/㎖), 조류대발생(100만cells/㎖) 단계로 운영되며, 2회 이상 연속해 기준을 초과하는 남조류가 나올 경우 발령된다. 조류 경보제가 도입된 지난 2005년 이후 진양호에 경계 경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양호는 녹조류가 극성을 부리는 여름철에도 관심 단계에 그쳤다. 그런데 수온이 떨어지는 가을철에 경계단계로 상향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수준인 데다 수온마저 떨어지지 않으면서 일시적으로 유해 남조류인 '아파니조메논'이 대량으로 번식했다. 11월 초부터 수온이 떨어지면서 지금은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아파니조메논은 주로 수온 20℃ 안팎의 낮은 온도에서 번식하는 종이다.

지난 13일 측정결과 내동지점은 2만5000cells/㎖로 떨어졌고, 판문지점은 9630cells/㎖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내동지점은 경계단계를 유지하고 있고, 판문지점은 16일 오후 2시를 기해 관심 단계로 완화되긴 했지만 '경계'에 육박하는 수준을 유지하면서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조류경보제 경계·관심 단계는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2주 연속 1만·1000개를 각각 넘기면 발령된다.

판문지점에서 원수를 취수하는 진주시는 조류차단막을 설치한 데 이어 자동활성탄 투입기를 설치해 조류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남조류가 대량 번식하는 것은 올해 유독 심했던 가뭄의 여파로 분석된다. 강수량 부족으로 진양호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예년의 절반수준인 데다, 진양호의 수위조절 때문에 남강댐에 체류하는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체류기간은 예년에는 20일 정도였지만 올해는 60일 정도로 크게 늘어나면서 조류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다행인 것은 여름에 주로 볼 수 있는, 악취가 심하고 독성물질을 내놓는 마이크로시스티스가 아니어서 냄새가 나지 않고 독성물질도 없다는 점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최근에는 날씨가 추워져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 것으로 예상하지만 내동지점에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유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비상근무태세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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