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예술 등 테마로 단장
교육 운영도 계획

통영의 새로운 문화명소로 자리 잡은 '봄날의 책방'이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봉수골 동네 책방인 '봄날의 책방'은 통영 지역 출판사인 '남해의 봄날'이 지난 2014년 10월에 문을 연 곳이다. 숙박이 가능한 북스테이 '봄날의 집'과 건물을 공유했다.

'남해의 봄날'은 지역의 콘텐츠를 기획, 마케팅하는 출판사이다. 스토리텔링을 구심점으로 지역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회사로 전혁림미술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남해의 봄날'이 지난 3년간 지역민 사랑방 구실을 하던 책방을 새 단장 했다. 10월 중순 시작한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지난 18일 다시 문을 열었다. 한 달 만에 손님을 맞이한 책방은 더욱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책방을 대폭 확장한 것. 대신 게스트하우스 '봄날의 집'은 문을 닫았다.

기존 4평 남짓 조성된 봄날의 책방이 '바다 책방' 테마로 다시 태어났다.

'봄날의 집'은 그동안 '화가의 방'과 '작가의 방', '장인의 다락방'으로 운영됐다. 방마다 정해진 테마에 맞춰 통영 문화예술인의 삶과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꾸며졌었다.

건물 한편에 4평 남짓 자리한 '봄날의 책방'은 숙박과 전시를 위해 '봄날의 집'에 양보해야 했던 공간을 모두 책으로 장식했다. 700여 권 장서는 2500여 권으로 늘었다.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계획이다.

작은 아트숍을 곁들이며 '봄날의 책방'으로 조성됐던 곳은 '바다 책방'이란 새로운 이름을 달았다. 바다와 여행을 기점으로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옆 메인 서가에는 남해의 봄날에서 출간한 도서와 편집자들이 읽고 엄선한 책, 이웃 예술가들 작품이 꽂혀 있다.

숙박해야만 통영 지역 예술가들 작품을 접할 수 있었던 공간은 책방을 찾는 모든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봄날의 책방 '화가의 방'. 미술과 음악, 디자인, 공예 등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책과 작품이 벽면을 메웠다.

먼저 1인실로 운영됐던 '작가의 방'은 통영에서 나고 자라거나 통영을 사랑한 문인들을 소개하는 테마를 계속 이어서 지역 예술가들 작품과 문학을 소개한다. 특히 통영 출신 문인들 초기 판본 도서를 함께 만날 수 있다.

박경리 등단작 '계산'이 실린 문예지 <현대문학> 1955년 8월호와 1962년 출간한 <김약국의 딸들>, 1983년 출간한 김춘수 시선 <처용>, 1975년 1000부 한정 출간한 김상옥 시집 <삼행시>가 책방 손님들 눈길을 끈다. 통영을 사랑한 시인 백석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판본의 시집을 비롯해 평론과 해설집, 그림책 등이 은은한 조명 아래 펼쳐져 있다.

2인이 투숙할 수 있었던 '화가의 방'은 '예술가의 방'으로 모습을 달리했다. 미술과 음악, 디자인, 공예 등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책과 작품이 벽면을 메웠다.

봄날의 책방 '작가의 방'. 통영에서 나고 자라거나 통영을 사랑한 문인들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전혁림미술관의 부엌을 본뜬, 전영근 화백의 도자기를 만날 수 있는 '화가의 부엌'은 '책 읽는 부엌'으로 다시 태어났다. 리빙, 요리, 생태를 테마로 대안적 삶을 담은 책으로 꾸몄다. 여성과 아이들의 관심을 끌 '교육'을 주제로 한 다양한 도서도 책장 한편을 차지했다.

'봄날의 집'이 없어졌다고 아예 숙박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조선시대 명품 브랜드 12공방 전통을 잇는 장인들 공예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장인의 다락방'이 기존 북스테이 형식을 이어간다.

다만 독자 리워드 형태로 운영된다. 책을 사고 일정 수준 마일리지가 쌓이면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

봄날의 책방 전경. /문정민 기자

봄날의 책방 주인이자 출판사 대표 정은영 씨는 앞으로 독서클럽 등 소규모 모임을 통해 소통의 장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정 대표는 "그동안 숙박하는 사람들만 구경할 수 있던 곳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공간을 바꾸게 됐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운영하면서 더욱 많은 사람과 문화예술을 나누고 공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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