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하며 공감하는' 삶 품은 조각의 힘
'작품, 일상에서 시민과 자연스럽게 소통했으면' 한뜻
관리 체계 일원화·투어 프로그램·홍보 강화 등 제안

내년 9월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창원 곳곳에서 열린다. 창원시가 지난달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를 총감독으로 위촉하고 앞으로 10개월 후, 도시를 조각으로 물들일 준비를 시작했다. 한 달간 용지호수공원과 성산아트홀 등에서 본전시와 특별전, 학술행사, 부대행사 등이 열릴 예정이다. 윤범모 총감독은 "창원의 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조각의 범주와 공공성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창원조각비엔날레가 막을 내리면 조각 작품은 창원에 영구적으로 남게 된다. 비엔날레를 개최할 날들은 한참 남았고, 이미 설치된 조각 작품(조각공원 포함 100여 점)은 점점 더해져 창원의 도시 풍경이 된다.

▲ 조각비엔날레 작품.

그렇다면, 조각 작품은 어떻게 일상에 스며들까? 현대미술은, 동시대 미술은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하지 않으며 관객이 그저 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두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예술은 그 자체의 고결함보다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하자는 게 공공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비엔날레라는 성격을 지녔지만, 도시에 조각품을 남기는 공공미술 영역이 함께 존재한다. 결국, 조각은 창원이 선택한 도시의 정체성이 됐다. 이러한 과제를 얼마나 지속해서 꾸준히 풀어내느냐에 따라 조각은 우리 삶에 스며든다.

그래서 창원은 지붕 없는 미술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묻고 들었다. 이 지면을 통해 그대로 옮긴다.

◇서영태 창원시 관광문화국 담당자 =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비엔날레를 열고 조각을 도시에 설치하는 두 가지 콘셉트로 진행한다. 실험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지녔다. 앞으로 전문 학예사를 중심으로 비엔날레를 꾸려나가야 한다. 시는 예산을 지원하고 창원문화재단이 전체 청사진을 그리며 지역 예술가·전문가와 협업해 나갈 것이다.

◇곽성훈 창원문화재단 창원조각비엔날레 단장 = 최근 일본 우베시를 다녀왔다. 우베시는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 조각비엔날레를 2년마다 열고 있다. 조각을 어디까지 둘 것인가? 오래 남겨둘 작품인가? 시민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 등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전시장 밖 작품이 시민에게 주는 영감은 분명히 있다.

곽성훈.

◇정경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학예연구사 = 2010년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 때 유명한 국내외 작가가 문신미술관과 추산동 야외조각공원에 작품을 남겼다. 미술관은 전시 해설 때 빼놓지 않고 야외 조각품을 설명한다. 앞으로 지역 조각공원에 대해 연구를 하면 의미가 클 것이다.

◇이규석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경남도립미술관 야외 조각품과 경남도청 공원에 설치된 작품을 관리한다. 1년에 한 번씩 작품을 닦는다. 창원시도 작품을 관리하는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 우선은 많은 작품을 시민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

▲ 이규석.

◇김상문 한국미술협회 경상남도지회장 = 창원은 현대 추상조각 선구자 김종영(1915~1982), 거장 문신(1923~1995)을 배출했다. 박종배, 박석원, 김영원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조각가들도 있다. 창원시는 작품을 남기는 비엔날레를 택했다. 장소성이 중요하다. 조각이라는 특성을 잘 활용하길 바란다.

▲ 김상문.

◇유창환 조각가·공공미술가 = 작업가로 조각 작품을 원 없이 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사후 관리가 가장 시급한 문제다. 남긴 작품을 체계적으로 들여다보고 다음을 준비하는 비엔날레가 되길 바란다. 또 공원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넣어보자. 가령 노동자를 주제로 꾸민 공원은 어떨까?

▲ 유창환.

◇황무현(마산대 교수) 조각가 = 창원은 조각품이 잔뜩 있는 도시가 되어 버렸다. 자산을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교육적으로 활용해도 좋다. 시민사회의 장으로 만들어보자. 끊임없이 시민과 소통하자. 이 작품을 보고 어떠세요? 이 자리에 그대로 있어도 될까요? 하고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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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무현.

◇최수환 작가 = 거리에 있는 수많은 작업이 모두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유명한 작가 작품이더라도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다면 공간 모습을 망칠 수 있고 진부한 주제와 형태, 재료로 이루어진 작품은 거리의 개성을 잃게 한다. 공공성과 다양성,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이 공존하는 창원이 되려면 냉철한 비평이 필요하다.

▲ 최수환.

◇하효선 에스빠스 리좀 대표 = 2014년 창원조각비엔날레를 기억한다. '귀족적 예술'이 아니라 삶에 가까이 있는 예술이었다. 도시에 남는 작품은 일상과 어우러지는 작품이어야 한다. 앞으로 비엔날레가 연계성 있게 진행되길 바란다. '비엔날레 길'을 만들어도 좋겠다.

▲ 하효선.

◇라상호((사)창동예술촌 대표) 사진가 = 열정을 갖고 비엔날레를 추진하지만, 막이 내리면 열기는 식어버린다. 시민들에게 이 작품이 왜 우리 집 앞 공원에 있는지 친절하게 알려줘야 한다. 작품 설명이 아니다. 그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실용적인 지도 개발도 필요하다.

▲ 라상호.

◇오용환 돝섬해피랜드 대표 = 돝섬 정상에 문신 작품이 있지만, 시민은 잘 모른다. 돝섬에 설치된 조각 20여 점 가운데 환경과 맞지 않는 것들도 있다. 작품을 솎아 문신미술관과 추산동 야외조각공원, 돝섬, 용지공원을 묶는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

▲ 오용환.

◇남화연(23·시민) = 최근 돝섬 벽화가 예쁘다고 페이스북에서 이슈가 됐다. 요즘 대학생들은 SNS에서 입소문을 탄 곳이라면 일부러 찾아간다. 창원조각비엔날레 여러 작품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홍보하면 큰 호응을 얻을 것 같다. 몰라서 향유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 남화연.

◇황우보(63·시민) = 마산조각공원(마산합포구 신포동)에 산책하러 자주 나온다. 큰 작품은 눈길이 절로 간다. 국립3·15민주묘지에 튀어나올 것 같은 기념비가 멋지더라. 식견이 없어서 예술을 잘 모르는 우리가 감탄하는 작품이 나오길 바란다.

▲ 황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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