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가 연말까지 섬진강 상류에 있는 주암댐과 섬진강댐 방류량을 늘리겠다고 했으나 수량이 얼마일지는 모르겠다는 애매한 태도를 보여 그런 정도로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지난달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열렸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지적된 섬진강 하류 염분 증가에 따른 재첩 피해 대책용으로 내놓은 것인데 정작 알고 싶은 데이터는 제시되지 않았다. 상류 댐들이 다목적용으로 건설된 것이기는 하지만 여수 광양 순천 등 광양만권에 밀집한 농공단지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려고 설치한 다압취수장이 하천유지용수 부족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친 점을 고려하면 수자원공사가 믿을만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이해된다. 더구나 지금은 갈수기다. 방류량이 금방 한계를 드러낼 만한 조건은 주변에 널렸다.

섬진강 하구의 바다화 우려는 다압취수장이 이전확장될 때부터 제기된 것이다. 하동군민들이 대책위를 결성해서 부당성을 성토하고 정부차원의 해결책을 촉구했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흘러내리는 강물이 줄어들자 바닷물이 역류해서 강으로 밀려 올라왔고 소금기를 품은 모래톱이 곳곳에 만들어지면서 이곳 특산물인 재첩이 종패상태로 고사해 어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심한 것은 이 사태가 갑작스럽게 닥친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예견됐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공장 가동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데만 주력한 나머지 주민이나 어민들의 하소연을 가볍게 여긴 탓으로 이제 섬진강의 명물인 재첩과 고유 서식 어종이 매년 수난을 당하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게 됐다. 이대로 간다면 아름다운 섬진강 전체 모습도 달라질 게 뻔하다.

공업용수 확보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그렇다고 강의 생태계를 망가트리고 어민 생업에 고통을 주어도 괜찮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상생의 법칙이 존중되어야 하는바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중대한 국면을 초래한다. 두 개의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자면 충분한 용수를 구하는 길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일회성 응급처방으로는 더는 난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최소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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