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같은 큰 재해에 대응하는 데는 중앙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차적 대응은 자치단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은 지자체별로 대응 매뉴얼이 완비되어 있어 효과적인 지진 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당국의 지진 대비 능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일깨워주고 있다.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된 주민들을 보면서 지진을 견디는 건물을 짓는 것이 지진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임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경남도의 사정도 포항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07년 경남발전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당시 경남도의 내진 설계 비율은 18.2%에 그쳤다. 지금은 22%에 불과하다. 그동안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고 우리도 지진 강도와 횟수가 크게 올랐음에도 10년간 지진 대비 능력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정부에서 '지진방재종합대책'이 나오고 올해 초에야 2층 또는 200㎡ 이상 건축물과 신규 주택의 내진설계가 의무화되었다. 1988년 6층 이상 건축물 내진설계가 의무화된 이후 2층까지 확대하는 데 30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내진 설계가 의무적인 학교의 경우, 경남도교육청은 모든 학교의 내진 성능을 확보하려면 빨라야 15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그동안 큰 지진이 경남에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모든 건물의 내진 확보가 불가능하거나 수십 년 걸린다고 하면 지진 피해를 최소화할 대응이라도 나와야 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내진 설계가 되어 있거나 되어 있지 않은 건물은 무엇인지, 관공서의 내진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 또 강한 지진이 발생할 때 가장 가까운 곳의 집결 장소도 알아야 한다. 주민 대피 훈련을 통해 반복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주민들이 자기 집의 내진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부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내진 설계 건물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법 제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내진 보수가 의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관련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내진 보수에 소홀한 건물주에 대한 압력도 기대할 수 있다. 주민들이 지진 취약 정보를 잘 알도록 재해 대응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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