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격서'. 오래전 동양의 고전에 나오는 말이다. 동쪽을 칠 듯이 하고서는 실제로는 서쪽을 친다는 말이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한국 국빈으로 오게 되었을 때부터 청와대로부터 보통의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그가 어떤 목적(요구)을 갖고 한국에 올 것인지 대체로 알고 있었다. 그 요구 사항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FTA 재협상 요구,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요구, 무기구매 요구, 중국 봉쇄를 위한 한·미·일 군사 동맹에 참여 요구, 북한에 대한 계속적인 제재와 압박 등이다. 한국 정부는 최선을 다하여 국빈 예우를 하였다. 광화문 앞 시위를 최대한 억제하였는데 '평화를 여는 사람들'의 사드 반대 삼보일배 집회는 청와대 앞에서까지 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났음에도 광화문 앞 도로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있었다. 뿐이랴 '노 트럼프 No War' 시위대는 광화문 광장 입구에서 경찰차 벽에 갇혀버렸다. 도로에서는 아예 보이지도 않게. 반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환영 시위대는 도로변에서 마음껏 활개치며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였다. 촛불로 태어난 정부가 무색할 정도로 강대국 미국 대통령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애를 썼다는 말이다. 현상적으로 말하자면 전전긍긍이요, 좋게 말하면 극진한 예우를 했다.

우리보다 국력이 월등한 일본과 중국이 저 자세일 만큼 트럼프를 환대하고 돈을 양보하는데 한국인들 어찌하겠는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께서 청와대에서 지나친 통상압박이나 한반도 전쟁위협을 하지 않았고 동맹국의 대통령답게 국회에서도 점잖게 연설했다. 한국의 시민 사회나 한국정부는 이 정도 선에서 트럼프께서 다녀간 것에 조금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요새 흔히 하는 말로 선방했다고 한다.

이순일.jpg

그러나 찬찬히 생각해 보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리 얻을 것을 다 얻었으니 포만감에 화를 내거나 과격한 표현을 할 필요 없이 이용수 할머니를 한 번 안아주고 우아하게 독도 새우를 씹으면 되는 것이다. 한반도에 항공모함을 세 척이나 진주시켜두고서 전쟁위기를 한껏 고조시켜서 한국 정부를 꼼짝 못하게 하고서는 자신들이 취할 것을 다 취하는 것이다. 사실 한반도에 대한 전쟁 압박은 미국의 세계전략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닌가?

남의 것을 주인 모르게 훔치면 도둑이요, 주인을 협박하여 가져가면 강도다. 우리는 언제까지 북한을 주적으로 여기고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라다녀야 할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