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고통받을 때 떠났던 자가 사장?
이유있는 반발…이사 적격성 검증을

문재인 정부 들어 MBC가 정상화를 찾아가는 반면에 YTN은 또다시 파업의 위기 속에 깊은 좌절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죽 쒀서 개 주는 꼴'로 구성원들의 희생과 눈물로 얼룩진 장기간 파업 끝에 다시 오는 사장 내정자는 YTN이 싫다고 두 번이나 떠난 전력이 있는 '배신동료'이기 때문이다.

YTN이사회와 사장추천위원회는 최근 차기 사장으로 최남수 내정자를 결정했다. 노조에서 처음부터 부적격자로 지목한 사람을 사장으로 내정한 데 대해 언론단체와 노조는 YTN 이사회와 사장추천위원회에 책임을 묻고 있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사추위와 이사회의 무책임한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뻔히 예상됐으나 주인의식 없는 공기업 이사들의 안이하고 무모한 판단이 새로운 갈등과 혼란을 초래했다.

YTN 구성원들의 반발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먼저 회사의 위기상황에서 자기 살길만 찾아 떠났다는 점에서 사장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가 IMF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2001년에 그리고 MB 정부 언론 장악 국면이던 2008년 YTN 위기 상황에서 회사를 떠났다가 이제 와 사장직을 꿰찼다고 주장한다. YTN 퇴사 후 최 내정자는 머니투데이 그룹에서의 활동에 대해서 "경제를 주로 전문적으로 다뤄온 기자였기 때문에, 내가 만약 삼성으로 자리를 옮겼다면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무방하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허허벌판에 나간 것이다. 회사(머니투데이방송) 세우느라고 6~7년 동안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 죽도록 고생하다가 사장을 하면서 오랜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켰다"고 언론에 말했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도 YTN 기자들이 파업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 그는 다른 회사(머니투데이방송)를 위해 '죽도록 고생했다'는 말이다. 논리적으로도 고생한 회사에서 보람을 찾는 것이 맞지 않는가. YTN 가족들이 파업과 해고로 고통을 받는 동안 그가 YTN을 위해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박진수 언론노조 YTN 지부장은 "(최남수 후보자는)연수를 보냈더니 삼성으로 튀었고 2008년 YTN에 대한 권력장악이 눈앞에 있고 조직 생사가 암울한 그때 회사를 등졌다. 그자가 다시 YTN에 돌아온다는데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최남수 씨를 사장으로 내정한 YTN이사회와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향해 "YTN 정상화가 왜 뒷걸음질치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기업 이사들의 무책임한 결정에 대해 정부가 좌시해서는 안 된다. 전 정부의 방송장악과정에서 나온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현 정부는 공기업 이사의 적격성을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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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전문 채널 YTN은 공정성과 신뢰가 생명이다. 회사를 두 번이나 떠났고 더구나 동료 선후배들이 파업으로 고통과 희생을 당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사장으로 오겠다는 발상이 너무 천박하고 구성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것은 아닌가. 주인 없는 회사의 이사들이 '적법한 절차'라고 우기게 되면 YTN의 갈등과 분열은 더 커지게 된다. 그렇게 무리하게 회사에 들어오는 데 성공해도 최 내정자는 구성원들의 외면 속에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신뢰 잃은 지도자가 할 일은 별로 없다. 진정으로 YTN에 작은 미련이라도 남아있다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사추위는 새로 구성하여야 하고 공기업 YTN 이사들은 보다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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