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습지 3곳을 보고, 상하이로 가면서 우포늪에 따오기를 가져오려고 중국을 오가던 생각으로 비행이 즐겁다. 상하이 공항에서 1시간 거리의 숭명도 동탄습지에 도착했다. 숭명도(충밍섬)는 장강을 가로지르는 광활한 염습지이다. 동탄습지는 광활한 갈대가 펼쳐지는 순천만 같은 습지로서 이곳을 이동하는 새는 100만이 넘는다. 한마디로 강 하구가 바다와 만나는 더 넓은 습지로 우포늪의 10배 정도이다.

2002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동탄 습지의 총넓이는 326㎢.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람사르습지인 고창·부안 갯벌의 넓이 45.5㎢보다 7배 이상 넓다. 게다가 동탄 습지는 매년 100m 이상 동쪽으로 늘어나고 있다. 충밍섬이 위치한 양쯔강 하구에는 하굿둑이 없어 퇴적물이 자연스럽게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하구마다 하굿둑이 버티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람사르습지도시 방문팀이 본 숭명도의 숭서(Chongxi) 습지는 원래 습지였다가 양어장으로 이용되어 오던 곳을 2006년부터 생태적인 수법을 도입하여 조류 서식환경을 조성하여 새들을 유치하는 복원 전략을 도입하였다. 식물다양성을 높이고 수질정화 습지를 조성하였으며, 기존의 습지를 보전하고 훼손된 습지를 복원하여 환경교육, 과학연구, 여가관광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다기능 습지생태시범구로 건설하고 있다.

한편 장강(양쯔강) 최남단 바다와 만나는 지점의 모래톱은 외래종으로부터 보호를 위해 바닷물 수위 조절을 통해 새들의 서식공간을 확보한 곳으로 낙동강하구의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곳으로 290여 종의 새들과 1만여 마리가 겨울을 나는 장소이다.

다만, 외래종으로부터 습지를 보호하려고 2013년에서 2015년까지 시공한 제방 축조로 자연성이 훼손되어 너무 아쉬웠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 습지공원 조성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 전국대표자대회에서 선언한 '생태문명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맞물려 있는 듯해서 앞으로 어떻게 이런 모래섬을 녹색도시로 만들 것인가가 주목된다.

동탄은 장강이 만든 모래섬을 그동안 농경지로 인민들이 사용해 왔던 곳을 2001년부터 40년간 프로젝트를 통해 생태도시로 설계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습지공원(24㎢), 생태 농장(27㎢), 생태도시(35㎢)의 3개 주요지역으로 구성하여 네덜란드와 합작으로 건설하고 있는 생태 농업원은 유기농 양식과 채소를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동탄습지를 벗어나면 옛 농경지가 나오고, 그 주변 곳곳에 생태 도시 건설이 착공되어 교통, 폐기물 배출, 토지 사용 등 건설과정에서 친환경 요소를 고려해 진정한 '친환경 도시'로 건설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창수시에서 중국 임업성의 간부들과 강소성 습지관련 공무원 등 10명이 '람사르습지도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창수시 부시장이 "습지공원 자연보호구를 만들면서 과거 어업과 농업을 하던 사람들을 생태관광산업에 종사하는 직원으로 채용하여 사무직원, 관광선 운전, 가이드로 300명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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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 말을 들으면서 지금 중국은 마오쩌둥의 혁명기를 거쳐, 덩샤오핑의 산업화시대를 거쳐 시진핑 시대에는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면서 질 높은 삶을 살아가겠다는 확고한 중국식 철학이 행동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관광객들이 많이 올 때는 방문객 수를 조절하려고 입장료에 두 배 이상 차이를 둔다는 것이었다. 자연도 보호하고, 자연을 통해 배움과 생태복지를 삶의 행복지수로 문명 전환하는 시대를 중국도 맞이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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