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비용만 연 5700억 원 달해 '재무구조 개선'그룹 과제 부각

창원에 본사를 둔 두산그룹 계열사두산엔진 매각 가능성이 커졌다. 두산그룹이 두산엔진과 두산밥캣의 비건설기계 부문인 포터블파워사업부 등을 매각해 1조 원 이상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사업부 매각이 이뤄진 지난해 5월 이후 계열사 매각이 없던 두산그룹이 또다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셈이다.

두산그룹이 이번에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은 박정원 회장이 불확실한 미래에 선제 대응하고자 부채를 줄이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영업으로 번 돈의 상당 부분이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두산그룹 차입금은 모두 11조 원이고 부채비율은 272.1%다. 차입금 이자비용만 연간 5700억 원에 달한다. 연간 번 영업이익(9000억~1조 원) 절반 이상이 대출 이자로 나가는 형편이다.

실제 그룹 지주사인 ㈜두산 계열사로 두산그룹 지배구조 한가운데에 있는 두산중공업은 올 9월 말 기준 단기 차입금 4조여 원을 포함한 유동부채가 11조 6518억 원이며, 사채 2조 8110억 원·장기차입금 2조 4818억 원 등 비유동부채가 7조 4500억 원으로 전체 부채 규모가 19조여 원에 이른다.

반면, 올 9월 말까지 영업이익은 7426억 원으로 이 중 상당액이 이자비용으로 나가 재무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두산그룹이 2014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현 두산공작기계), 두산DST(현 한화디펜스), KFC, 두산동아,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HRSG)사업부(현 GE 창원) 등 알짜 계열사를 팔고서 다시 계열사 매각을 검토하는 근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매각한 계열사 중 공작기계사업부, 두산DST, 배열회수보일러사업부 3곳이 창원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두산엔진까지 매각되면 창원지역 두산그룹 계열사 중 4곳이 최근 몇 년간 두산 품을 떠나는 셈이다. 두산엔진은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에 이어 중·저속 대형 선박 엔진 부문 국내 2위이자 세계 2위 업체다.

두산그룹은 지난 15·16일 두산밥캣 내 비건설기계 부문인 포터블파워사업부와 두산엔진 매각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두 회사 매각이 이뤄지면 최소 1조 원 이상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알짜배기 계열사 매각과 함께 현 정부의 '탈원전·탈석탄·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받은 두산중공업은 비용을 줄이고자 임원 감축과 조직 통폐합 등도 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 두산중공업 매출(단독 재무제표상)의 70% 이상인 원전과 석탄화력 등 발전 부문 국내 시장이 축소되면 단기적인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용평가 업계는 두산그룹이 현재 차입금에서 3조~4조 원 정도를 줄여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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