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심 거듭·장애등급 받도록 해…재판부도 '새 삶' 위해 선처

"집행유예를 선고했기 때문에 피고인은 곧 석방이 됩니다. 남편과 계속 살고 싶다고 하셨죠? 앞으로는 열심히 잘 사세요."

재판부가 영아 2명을 죽이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적장애 30대 여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풀어주면서 한 말이다.

지적장애 3급인 ㄱ(35) 씨는 지난 8월 구속됐다. ㄱ 씨는 지난 2013년 6월 오전 3시께 한 찜질방에서 출산한 영아를 죽이고 인근 공터에 내다버린 혐의, 이듬해 11월 초에도 한 주거지에서 둘째 아기를 낳자마자 살해하고서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 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생활 능력도, 마땅한 직업도 없다. 오랜 기간 가출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으면 키울 자신이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었다.

영아를 2명이나 살해하고 시신까지 유기한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사건을 맡은 경찰은 ㄱ 씨 신병처리에 고심을 거듭했다. 수사 과정에서 ㄱ 씨가 지적능력이 온전하지 않은 게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정을 꾸려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ㄱ 씨 신병 처리를 하기까지 7달을 들였다. 처벌도 받아야 하지만 ㄱ 씨가 새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우선 장애등급 판정을 받도록 해 ㄱ 씨가 장애수당을 받을 수 있게 지원했다. ㄱ 씨는 경찰 도움으로 지난 5월 한 달 동안 한 국립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7월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재판부도 ㄱ 씨가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선처했다. 김양훈 부장판사(창원지법 형사2단독)는 지난 17일 선고공판에서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가치이고, 갓 태어난 아기의 생명 또한 예외일 수 없다"며 "사실상 유일하고 절대적인 보호자였던 피고인이 두 번이나 분만 직후 영아를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고자 시신까지 유기한 것은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징역 2년을 3년 동안 집행을 유예한 배경에 대해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점, 지적 장애인으로 원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을 한 점,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한 국가와 이 사회 또한 그 결과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ㄱ 씨는 구속된 지 석 달여 만에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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