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당선가능성'강조, 최측근 후보 확정설 의식
예비 주자들 긴장감 조성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대폭 물갈이'와 함께 오직 당선 가능성만 보고 공천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대표는 17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부산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YS는 1996년 총선을 앞두고 개혁을 했다. 보수·진보를 넘어, 적대관계에 있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있으면 공천을 줬다"며 "우리도 이 모델을 도입할 것이다. 네 편 내 편 없고 나와 적대적인 관계, 나와 사이 안 좋은 관계에 있는 사람도 절대 공천에서 밀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지난 14일 한 행사에서도 "나와 원수지간이라도 선거에 이길 수 있으면 공천하겠다"고 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대폭적인 물갈이 공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며 "공천권자와 개인 인연으로 공천하면 당이 망한다. 아무리 개인적인 인연이 있고 나를 극렬히 지지해도 당선 안 되면 절대 공천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여러 효과를 노린 발언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당과 홍 대표 측은 경남을 비롯한 일부 광역단체장선거 '후보 확정설' '후보 교체설' 등에 시달렸다. 근거가 미약했지만 홍 대표 측이 해석의 여지를 준 측면도 없지 않았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7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후보를 미리 점찍는 건 당은 물론 공천 도전자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하수(下手) 중의 하수였다.

홍 대표 최측근인 윤한홍(한국당·창원 마산회원) 의원 경남지사 후보 내정설이 대표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5~6일 진행한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 적합도 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박완수(창원 의창·11.1%)·이주영(창원 마산합포·8.8%) 의원은 물론 안홍준(2.6%) 전 의원, 윤영석(양산 갑·2.5%) 의원 등보다도 경쟁력이 떨어졌던 윤한홍(2.0%) 의원이다. 당 안팎에서 소위 '사천'(私薦)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윤 의원 스스로 뭔가 반전을 만들어낼 기회마저 닫힐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홍 대표 근래 언급은 윤 의원 내정설과 관련한 현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아무리 개인적인 인연이 있고 나를 극렬히 지지해도 당선 안 되면 절대 공천하지 않는다"는 윤 의원에게 해당될 수 있고 "나와 원수지간이라도 선거에 이길 수 있으면 공천하겠다"는 건 '여론조사 (사실상의) 1위' 박완수 의원에게 희소식이다. 잘 알려진 대로 윤 의원은 홍 대표가 가장 신뢰하는 측근이지만 박 의원은 과거 경남지사 후보 경쟁 등 홍 대표와 악연이 많다.

홍 대표로서는 이런저런 의구심을 불식하고 지방선거 예선·본선에 나설 주자들의 투지와 긴장감을 다시금 자극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또 한 사람, 이목이 쏠리는 인사는 안상수 창원시장이다. 홍 대표와 안 시장은 세상이 다 아는 앙숙 관계다. 홍 대표 경남지사 시절 양측은 창원광역시 추진, 마산 로봇랜드 조성 등을 놓고 번번이 충돌했다. "되지도 않는 정치적 놀음(광역시 추진)을 하고 말이야. 정신 나가도 분수가 있지"라고 홍 대표가 막말을 퍼부은 적도 있었다.

그런 안 시장이 간단치 않은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앞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국당 도지사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15.0%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가 하면, 창원시 자체 조사에서 시민의 시정 만족도가 60%를 상회했다.

이미 창원시장 재선 도전을 천명한 안 시장을, 어쨌든 수치상으로는 공천 배제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대폭 물갈이'라는 또 다른 기준이 걸리긴 하지만 말이다.

홍 대표 한 측근은 "안상수 시장을 배제하네 마네,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 출마를 하네 마네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다 근거 없다"며 "창원은 한국당 승산이 높은 지역이다. 중요한 건 안 시장 득표력과 안 시장을 꺾을 만한 당내외 주자가 있느냐 없느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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