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희·패트릭 라이든 지음
직장 그만두고 함께 다큐 촬영
자연농 농부 11명과 나눈 대화
규모 아닌 '되살림'가치 전해

강수희와 패트릭 라이든. 한국과 미국이라는 다른 공간에서 두 사람은 비슷한 고민을 했다. 강수희는 경쟁 사회에서, 패트릭은 안정적인 생활 속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았다.

우연히 만난 둘은 직장을 떠나 다큐멘터리를 함께 찍는다. 다큐멘터리를 관통하는 주제는 '자연농'. 둘의 마음을 사로잡은 삶의 방식이다.

자연농은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농사다. 언뜻 유기농과 비슷하다. 풀과 벌레를 적으로 여기지 않는 점이 독특하다. 결정적으로 자연농은 땅을 갈지 않는다.

땅을 갈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답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는 이들에게 두 사람은 다큐멘터리에서 다 풀지 못한 이야기를 담아 책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를 내놓는다.

책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를 쓴 강수희(왼쪽)와 패트릭 라이든. /열매하나

강수희와 패트릭은 2011년부터 4년 동안 만난 자연농 농부와 나눈 대화를 책에 담았다.

자연농 농부는 기다리는 법을 안다. 들이쉬고 내뱉는 자연의 호흡을 묵묵히 바라보며 내려놓는 데 집중한다. 자꾸만 더하려는 현대 사회의 주류와는 정반대 모습이다. 독자는 이들을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더 깊게 읽다 보면, 자연농은 단순한 농사 방식이 아님을 안다. 두 글쓴이가 만난 자연농 농부는 철학자에 가깝다. 이들은 자연농이 정답이라며 주변을 다그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좇는다.

이들은 "원래 천국인 지구 위에서 사이좋게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곧 자연농이라고 말한다. 결국, 새롭지 않은 삶이다. 긴 시간 잊고 지낸 삶의 한 형태다.

카타르시스를 느낀 독자는 책을 읽다가 다시 고민에 빠진다. 내 삶도 이들처럼 가능할까, 하는 질문을 품는다. 두 글쓴이가 만난 자연농 농부는 "간단합니다. 바로 시작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지만, 실제 삶에 자연농이 안착한 농부와 독자는 다르다.

두 글쓴이는 현재 시스템을 '달리는 기차'에 비유하며 일반적인 관점에서 자연농은 '불가능'하다고 답한다.

"안락한 기차 안에서 편안한 의자에 계속 앉아 있다면 더없이 만족스러운 여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기차가 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입니다.(중략) 이 '기차'와 자연농을 함께 생각해볼까요. 자연농은 기차 밖 세상에 분명히 존재합니다. 멀리 창문 바깥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자연농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는 절대 자연농을 실천할 수 없습니다."(303쪽)

둘은 11명의 자연농 농부를 만나 그들이 전하는 삶의 방식을 자신의 삶에 투영하고 고민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둘은 "자연농은 건강한 관계, 이해와 사랑, 되살림을 기반으로 하기에 오로지 규모와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지금 이 시스템 안에서는 이어갈 수 없지만, 단단한 마음을 먹고 시도하는 누구에게나 가능"하다고 말한다.

두 글쓴이는 자연농이라는 삶의 방식을 통해 다큐멘터리와 책이라는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으며 스스로 구한 답을 소개한다. 자연농이라는 삶의 방식을 택하고자 꼭 농부가 될 필요는 없다는, '보다 건강한' 방향을 고민하면 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다.

미국 오리건주 자연농 래리 콘 또한 "자연농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고정된 틀이나 목적이 없기 때문에 '정답'이라는 게 없다"고 말한다. 뒤집어 보면, 무엇을 찾든 정답이라는 말이다.

319쪽, 열매하나,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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