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주택 허가 '주요 조건' 올 6월 지구단위계획 고시
전문가 "사업성 집중 탓"…시 "주차난 해소·안전 점검"
'필로티 구조 건물'이 지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행정도 뒤늦게 문제 인식을 하며 현황 파악과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필로티는 '벽 대신 기둥으로 건물을 띄우는 방식' 정도로 풀이된다. 기둥에 따른 1층 여유 공간을 주차장으로 주로 활용하는 원룸 등 소규모 건물이 대부분이다.
필로티 구조는 지난해 경주 지진 때 안전성 우려에 휩싸였다. 눈앞 현실로 드러난 건 지난 15일 '규모 5.4 포항 지진' 직후 한 장의 사진이 널리 퍼지면서다. 포항지역 한 필로티 구조 건물이 기둥 대부분이 파손된 채 붕괴 위험을 나타낸 모습이다.
서태헌(48·창원시 성산구) 씨는 "필로티 구조에 사는 분들 얘기 들어보니 특히 지진 진동을 많이 느낀 것 같더라. 친형도 그러한 곳에 거주하는데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내진 시스템을 비교적 잘 구축한 서울시는 이미 필로티를 지진에 취약한 대표적인 건축물로 분류하고 있다. 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누리집은 '필로티 구조는 1층이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 또한 계단실이 건물 중앙에 위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계단실 반대편 기둥에 변형이 집중돼 지진에 매우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해 놓았다. 실제로 국외 지진에서 필로티 구조 붕괴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일반 건물과 비교하면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김경민 건축구조기술사는 "아래 기둥이 위쪽 무거운 구조를 지탱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나 옆으로 흔들어버리면 기둥에 온 힘이 모여버린다. 이번 포항 경우처럼 기둥이 부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문제는 내진 설계 범위 밖의 필로티 구조 건물이다. 신삼호 건축사는 "필로티가 벽식 구조보다 단순히 취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정해진 지진 강도 기준을 충족하려는 필로티는 거기에 맞게 기둥을 크게 하는 등 보완하고 점검한다"고 했다.
하지만 "똑같이 내진 설계되지 않은 두 구조를 비교한다면, 벽식보다 필로티가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즉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필로티 구조 건물이 가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올해 2월 적용된 내진설계 의무 대상은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건물이다. 결국 이전에 지어진 것들이 주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필로티 구조가 도시지역 주차난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장려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창원시는 올해 6월 '배후도시 지구단위계획 변경' 고시에서 △단독주택 경우 1층을 주차장 용도의 필로티 구조로 설치할 경우 최대 3층까지 허용 △다세대주택은 1층을 주차장 용도 필로티 구조를 의무화하고 4층까지 허용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필로티 구조'가 건축허가 범위를 넓히는 주요 조건인 셈이다.
박진석 경남대 건축학부 교수는 "필로티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차장은 건축 연면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건축주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는 안전보다 사업성에 무게 둔 분위기가 컸던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은 아무래도 주차난 해소에 방점을 둔 측면이 있다"며 "지진 문제는 이후 시공 단계에서 더 강화하고 점검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경남도는 이제부터라도 필로티 지진 취약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이번 지진 이후 전 시·군에 공문을 보내 건축물 피해 현장 확인을 요청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이러한 구조 건물 현황파악과 점검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