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에 '지진 매뉴얼' 제대로 한번 만드시죠"

그래요 맞습니다. 지몸 지가 지켜야죠.

이제 지진은 언제나 온다, 이렇게 생각하라잖아요. 가령, 건물 안에서 지진을 만나면 머리통 감싸고 책상 밑에 숨어 있다가 진동이 끊어졌다 싶으면 잽싸게 뛰쳐나와야죠. 내진설계요?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이 나라에서. 없는 걸 있는 것으로, 안 한 걸 한 것으로 허위 작성한 서류로 준공검사를 통과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앞뒤 가리지 말고 낙하물 걱정 없는 넓은 공터로 뛰어가야죠.

그런데 말입니다. 우린 보통 어떻게 합니까?

고층건물 사무실에서 방금까지 진동을 겪었는데도,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대충 짐작하면서도 멀뚱멀뚱 서로 눈치를 살피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땐 왠지 혼자 뛰어나가기도 쫌 그렇지 않습니까? 뭔가 모냥 빠지고, 겁이 많아 보이고. 저야 뭐, 어제는 동료들을 향해 그래서 한 마디 날렸죠. "여진이 올 수도 있는데 건물에 계속 있는 건 위험하지 않습니까? 저 밖에 ○○○공원 정도로 대피하는 게 안 좋겠습니까?" 그래놓고 저는 내 할 일 다 했다는듯 ○○○까지 뒤도 안 보고 달아났죠. 그때서야 뒤를 돌아보니 동료들은 없더군요. 아, ×× 모냥 빠져…. 그 뒤에 천사처럼 나타난 동료 한 사람이 없었다면 저는 모냥 정도가 아니라 맨홀에라도 빠지고 싶었을 겁니다.

(건물) 관리소장님! 이거 쫌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말입니다. 특히, 이번처럼 지진이 딱 나면 순식간에 재난문자 오듯이 방송을 하는 겁니다. 물론, 진동 중에야 소장님도 머리를 보호하셔야지요. 진동이 어느 정도 안정됐을 때에 "계단을 통해 질서 있게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방송을 하는 거죠. 그러면 건물 안에 갇힌 채 서로 멀뚱멀뚱 눈치만 보고 있는 망설임, 어색함, 긴장감, 뭐 그런 건 없어지겠죠. 그런 걸 일러 '매뉴얼'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지진 대비도 이제 일상이 돼야 한다는데, 소장님, 어떻습니까? 이번 기회에 매뉴얼 제대로 한번 만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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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 대피 그래픽. / 경남도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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