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지각 약해져…한반도 규모 7.0 지진도 가능"

한반도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5.4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이튿날에도 경북 포항 인근에서 규모 3.0 이상의 여진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추가 강진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분 42초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8㎞ 지역에서 규모 3.6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6.12도, 동경 129.37도이며 지진 발생 깊이는 8㎞다.

이 지진은 전날 발생한 5.4 지진의 여진으로, 기상청은 애초 이동속도가 더 빠른 지진파(P파)만을 활용해 규모를 3.8로 발표한 뒤 추가 분석 후 규모를 하향 조정했다.

기상청은 이 지진의 진도를 경북 Ⅴ 등급, 강원·대구·울산 Ⅱ 등급으로 분류했다.

기상청이 활용하는 수정 메르칼리 진도계급(MMI scale)에 따르면 진도가 Ⅴ 등급일 경우 거의 모든 사람이 지진동을 느끼고, 수면 중에도 많은 사람이 잠을 깰 수 있다.

이 지진을 포함해 전날 규모 5.4 본진의 여진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재 총 42회 발생했다. 규모 4.0∼5.0 미만이 1회, 3.0∼4.0 미만이 3회, 2.0∼3.0 미만이 38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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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전 규모 3.6 여진이 발생하자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고등학교 관계자들이 학교 밖으로 대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처럼 여진이 멈추지 않는 데다 전날 오후 4시 49분께 발생한 규모 4.3 여진 이래 대체로 2.0대 규모를 나타내던 여진이 다시 규모 3.0대로 오르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가 강진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포항 지진의 여파로 한정 지어 본다면 향후 일어날 지진은 규모가 작을 수 있다"며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지각이 약해진 상황에서 그동안 응력까지 쌓인 탓에 더욱더 큰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진파의 전달 속도가 느려졌다는 점이 지각이 약해졌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홍 교수 연구팀의 논문은 이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지구물리학연구지(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실렸다.

홍 교수는 "지진파는 암석을 구성하는 입자 간의 에너지 전달을 뜻하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나라 인근 지각의 지진파의 전달 속도가 최대 3%가량 늦어졌다"며 "견고한 땅에서는 지진파가 빨리 전달된다는 점에서 인근의 지각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치로만 봐서는 별일 아닌 거 같지만 멀쩡했던 지각의 지진파 전달 속도가 3% 줄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것"이라며 "지각이 약해졌기 때문에 응력을 견디는 한계치도 낮아져 최대 규모 7.0 안팎의 큰 지진도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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