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이어 김장겸 사장마저 해임됨으로써 MBC는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72일 만에 총파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하고 일단 업무복귀를 준비하면서 공정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2단계 투쟁에 나섰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사이에 MBC는 공영방송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처참하게 몰락해왔다. 권력비리에 공조한 부역자들로 인하여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은 사정없이 짓밟혔고, 시청자들은 공기로서의 위상을 잃은 채널에 등을 돌려버렸다. 역대 최대 규모의 총파업을 통하여 정상화의 물꼬가 트였다지만 시청자들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갈 길이 험하고 멀기만 하다.

당장 그동안 쌓여온 적폐를 청산하기 위하여 할 일이 태산이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MBC의 추락은 정권 탓만 할 것도 아니다. 사실 부패한 권력에 아부하고 동조하여 공영방송을 파괴한 공범자들이 없고서야 MBC가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망가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전 경영진의 퇴출과 함께 내부 적폐를 청산하려면 뼈를 깎는 쇄신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달랠 길이 없는 일이다. 언론인으로서 본연의 사명을 저버린 내부 적폐 세력은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마다 깊게 퍼져있다. 구정권의 방송장악 음모에 가담한 곳곳의 공범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려다 부당하게 유배당한 이들의 일할 권리와 명예를 회복시켜야 정상화가 가능하다.

우선은 MBC 신임 경영진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면서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철학과 소신이 뚜렷한 인물들로 교체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을 차단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투명한 절차를 밟아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복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MBC가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되찾기 위한 정상화의 첫 신호탄을 올렸지만 KBS 등은 미처 시작도 못 하고 있다. 경남에서도 양사 방송인들이 환골탈태의 각오를 보여주는 만큼 도민들의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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